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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졸업생을 쟁취하라"…'원데이 인턴'에 사활 건 대기업

입력 : 2017-11-23 12:47:40 수정 : 2017-11-23 1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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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원데이 인턴’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원데이 인턴이란 말은 하루 동안 진행되는 인턴십(이하 인턴)을 뜻하는 말로, 내년 3월~4월 신입사원 채용을 앞둔 기업들이 인턴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졸업 전 취업하는 일본 대학생들…“취업 고민 없지만, 다가올 사회생활은 걱정돼”
완전고용을 실현한 일본은 구인이 구직자 보다 많은 현상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11월 초 일본 취업포털 커리어넷과 청년채용을 지원하는 단체 '아이데무'가 내년도 졸업생 남녀 655명을 대상으로 취업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기준 취업이 확정된 학생이 88%로 나타났다.

‘취업 확정’은 당장이라도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중 일부는 다수 기업에 합격하여 더 나은 조건과 복지, 근무환경을 두고 비교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반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고민하며 취업을 망설이거나 중도 포기하는 ‘내정 블루’를 경험하기도 한다. 내정 블루라는 말은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나 망설이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사회로 나가기 전 ▲사회인으로서의 활동이나 미래(59.9%) ▲직원들과 원만한 관계 형성(49%) ▲자신이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고민한다(38.9%)고 복수응답 했다.

또 전체 60%는 자신의 ‘역량 부족‘과 ’사회성 및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에 불안을 느끼며, 이런 고민이 심화한 37.3%에서 취업 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정 블루' 현상은 취업이 확정됐지만 고민이나 망설임 등이 계속되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사진= 커리어넷 캡처)
■ 대기업 쏠림현상 뚜렷…비상장 기업 77.8%는 채용인원 미달
반면 학생들이 더 나은 조건과 복지, 근무환경을 두고 비교·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을 이어온 결과 대기업 쏠림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일본 취업포털 마이네비가 지난 8일 일본 상장기업 274개사, 비상장기업 1964개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채용 확정상황을 조사한 결과 채용인원 충족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포인트 감소한 83%로 나타냈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비상장기업에 집중돼 전체 채용인원의 77.8%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 중에서도 직종에 따른 차가 들어나 금융업의 내정률이 98%로 가장 높았다. 서비스업 인프라 구축업 등은 69.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과를 두고 포털은 “일손 부족으로 구직자의 선택기회와 폭이 넓어진 결과 더 나은 환경과 임금 등 미래를 보장하는 대기업 쏠림현상은 당연한 결과”라며 “과거 기업이 구직자를 선별 채용하는 시대에서 구직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대기업을 선호했다. (사진= 마이네비 캡처)
■ “졸업생을 쟁취하라”…비판여론에도 ‘원데이 인턴’ 강행
대기업의 취업 쏠림 현상이 뚜렷하지만 기업은 “역사상 채용인원이 미달한 경우는 없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기업은 충원이 100%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와 경쟁사나 타 기업에 인재가 흘러 들어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원데이 인턴(이하 인턴)모집에 열을 올리며 내년도에는 700여 개사에서 인턴십 개최를 예고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업은 앞서 학생들의 걱정을 간파하고 기업으로 학생들을 대거 초대해 회사 분위기와 방향성 등 회사를 직접보고, 듣고, 느끼게 하려고 인턴십을 개최한다.

가장 최근에는 15일 일본 도쿄에서 한 기업이 인턴십을 개최해 약 30명의 학생이 회사를 찾았다. 기업은 이날 ‘상대의 관심을 끄는 화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이 기업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인턴십을 계획하고 있으며, 기업 홍보담당자는 “구직자가 기업에 관심을 두게 되는 중요한 행사”라며 내년도 계획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

또 일본의 한 대형 보험금융사는 올해 처음 인턴십을 개최하며 무려 1000여명에 이르는 미취업자, 졸업예정생 등 구직자를 불러 경쟁사의 촉각을 건드렸다.

기업은 매년 ‘취업하고 싶은 회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인사담당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학생들과 접촉하지 않으면, 우선 지망이 경쟁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인턴십을 앞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게이단렌(경영인 단체)은 인턴십이 교육적인 면이 부족하고, 기업의 홍보와 채용에 치중될 수 있다는 이유로 1일 인턴십 개최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회사 설명회로 이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현상을 두고 일본 호세이대 우에니시 미츠코 교수는 “경단련 지침을 어기는 인턴십은 조기 채용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한 기업의 일일 인턴십 모습. 기업은 '상대의 관심을 끄는 화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인턴십 분위기는 딱딱하지 않고 웃음이 넘친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학생 인턴십 모집 홍보물. 잡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아닌 즐거움과 배움 등 다양한 점을 내세우며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 기업 홍보물 캡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 결과 안정된 취업이 가능해진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재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우려를 나타내지만, 구직자들은 일자리 선택폭이 넓어지고 자신과 맞는 평생직장과 수입이 보장되는 등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며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가올 미래 일본 사회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기대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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