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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평창올림픽과 김영록 장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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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1 22:01:29 수정 : 2017-11-21 23: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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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생 2014년부터 연례행사 / 위기경보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 올림픽 기간 발생하면 최악 상황 / 초동대처·방역 위해 인력 확충을 “내년 3월까지는 제발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지난주 초 만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을 극도로 경계했다. 김 장관은 지구촌 겨울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을 AI로 망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I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심각’단계에 준하는 방역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 2003년 처음 발생한 AI는 2014년부터 연례행사가 됐다.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AI로 3787만마리가 살처분돼 보상금 등으로 3084억원이 투입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안타깝게도 김 장관의 바람과는 달리 AI는 올겨울에도 한반도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19일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 이어 20일 전남 순천만 철새 조류 분변에서 H5N6형 HPAI 바이러스가 나왔다. 방역 당국은 즉각 전국 모든 가금 사육 농가에 대해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동하고,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AI 확산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대박 조짐을 보인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출전권을 획득했다. 정치권은 북한의 참가를 희망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북한이 출전하면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특혜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맘만 먹으면 대규모로 선수단을 파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여기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과 북한 선수단은 평창동계올림픽 흥행 보증수표다.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선수단과 관람객 등 총 100만명 이상이 다녀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관광객 1500만명이 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한다.

이런 평창동계올림픽 특수에 AI는 치명적이다. 고창 오리농장은 가창오리 등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동림저수지와 가깝다. AI 바이러스 매개체로 철새가 유력하다. 오리농장 곳곳에서 철새 분변이 발견됐다. 동림저수지 인근에서는 2014∼2015년 반복적으로 발생한 AI로 158개 농가 가금류 339만3000마리를 살처분했었다. 21일부터 전면 폐쇄한 순천만은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다. 이곳이 AI 확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거 청정지역 강원도에서도 AI가 발생한 적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한반도에 상륙했다면 전국 창궐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되면 스탠드스틸 발동, 대규모 살처분, 방역, 통제소 설치 등 온 나라가 어수선해진다.

박찬준 사회2부장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에 AI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국내에서는 AI 인체 감염 사례가 없지만 중국과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는 AI에 사람이 감염돼 종종 사망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을 안심시키려면 AI 발생 농장 가금류의 살처분과 매몰 등 신속한 초동대처는 물론이고 철저한 차단방역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확충이 시급하다.

차제에 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를 풀자. 지난해 말 기준 지방자치단체 가축방역관 수는 660명이다. 적정 인원(1280명)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최근 104개 지자체에서 가축방역관을 뽑고자 했지만 33곳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21곳은 미달했다. 수의직인 가축방역관의 업무 강도는 매우 크다. 가축사육시설과 작업장 등의 시료 채취, 농가 방역지도, 죽거나 병든 가축 조사, 소독·살처분 이행사항 확인, 보상금 평가 등을 한다. AI가 빈발하는 지자체의 가축방역관은 과로하기 일쑤다. 지원자들이 도시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다. 가축방역관이 없는 지자체가 70곳이다. 김 장관은 가축방역관의 수당 대폭 인상과 승진 가점 부여, 업무환경 개선 등에 더 힘써주기를 바란다. 언제부턴가 철새도래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방역작업 대상이 됐다. 언제쯤 우리는 맘 놓고 가창오리나 흑두루미, 큰기러기, 저어새 등 겨울 진객(珍客)의 화려한 군무를 가까이에서 보며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김 장관의 고민이 깊어가는 겨울이다.

박찬준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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