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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검찰개혁과 검찰 앞세운 사정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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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1 20:58:01 수정 : 2017-11-21 23: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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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본의 흐려지고 과잉수사 우려 / 국민 신뢰 얻으려면 정치권력서 거리 둬야 문재인정부의 출범 초기엔 최우선 개혁대상이던 검찰이 이제는 정부의 칼이 돼 사정(司正)정국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 정부의 출발점이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였기에 적폐청산의 주장도 국민의 공감을 얻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도, 이전 정권하에서의 각종 불법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폐청산의 본의가 흐려지고 오히려 표적수사, 과잉수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과 비리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대는 것이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수사의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나 수사의 절차나 기준에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만일 이러한 의심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불법과 비리의 청산 이전에 불공정수사에 의한 정의의 훼손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편파적인 수사라 하더라도 없는 불법과 비리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 없다는 주장은 법과 법치의 기본에 어긋나는 생각이다. 정의의 본질은 평등이며 편파적으로 적용되는 정의는 진정한 정의일 수 없다. 또한 그 결과도 차별을 통한 왜곡과 새로운 비리의 양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수사의 공정성과 관련해 진실을 왜곡하는 수사뿐만 아니라 표적수사도 문제되는 것이고, 검찰도 이른바 준사법기관으로서 그 객관성과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전은 논외로 하더라도,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 및 이를 통한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아졌다. 오죽하면 적폐청산 1순위로 검찰을 꼽기도 했을까. 그런데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수처 법안의 마련 이외에 가시적인 검찰개혁의 성과는 보이지 않고 검찰을 앞세운 사정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역대 정부가 그러했듯이 문재인정부도 검찰을 길들이고 검찰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청와대에서는 공수처 설치를 통한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검찰이 대통령의 수족이 된다면 공수처 설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공수처가 언제 설치될지, 또 설치된 이후 어떤 위상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미지수이지만, 분명한 것은 검찰과 대통령의 유착이 심해질 경우 공수처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로, 혹은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로 이 문제를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강력한 권력일수록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명제는 접어두더라도 지난 정권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꾸고 제도 운용을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고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도 제도 개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가 달라져야 하고 검찰수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현행 대통령제하에서는 검찰을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국회가 검찰수사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즉 정치적 압력에 의해 수사의 대상이나 절차, 기준이 바뀌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명목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깨뜨려지고, 검찰의 내부혁신을 통해 민주성이 확보될 때 정치권력이 검찰총장을 장악하는 것만으로 검찰 전체를 장악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물론 중·장기적 과제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도 중요하고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도 재검토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발 사정정국에 대한 우려의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이 여전히 정치권력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검찰이 진정으로 살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일관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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