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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신은 평등과 형제애… 테러와는 무관”

입력 : 2017-11-21 20:48:08 수정 : 2017-11-21 20: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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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길 한국이슬람교 이사장 / 결혼은 종교적 미덕·사회적 필연 / 이혼 남녀·홀로된 부모 재혼 장려 /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한 것 / 남의 종교도 소중함을 인정해야 / 종교간 담 허물지 않으면 평화 요원 “이슬람 정신은 평등과 형제애입니다. 알라 앞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한 피조물입니다. 창시자 무함마드는 자기 집안의 노예를 모두 해방했으며, 노예해방의 선구자입니다. 그런데도 전쟁의 종교 내지 테러와 연관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안타깝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부근 카페에서 만난 (재)한국이슬람교 최영길(67) 이사장은 그간 말하고 싶었던 이슬람 이야기를 차분히 이어나갔다. 국내 이슬람교 신도 20여만명을 이끌고 있는 최 이사장은 여러 차례 연락 끝에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그는 “테러 같은 참극이 벌어지면 버릇처럼 이슬람을 떠올린다”면서 “그간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으며,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길 한국이슬람교 이사장은 “이슬람이 전쟁의 종교 내지 테러와 연관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최 이사장은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한 과정을 설명했다. “서기 7세기 초엽 25세 무렵 청년 무함마드는 메카에서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상에서 신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땡볕을 받으며 낙타를 타고 가다 한밤중 노숙하는 중이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신의 음성을 듣게 되었고, 이후 새로운 신의 말씀을 전파해나갔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당시 기독교 문명의 불평등한 사회를 보면서 신의 참된 뜻에 대해 고민해왔다. 무함마드 사상은 인류는 아담과 하와의 자손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인류는 형제자매라는 의미다. 형제자매가 서로 돕고 사랑하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것이 형제애의 출발점이다.

최 이사장은 “지구상에서 무슬림만큼 교의에 충실한 평화주의자들도 드물다”면서 “그런데도 전쟁을 조장하는 종교로 알고 있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따른다는 의미에서 남성은 턱수염을 기른다. 예수 초상화를 보면 예수도 턱수염을 가진 남자”였다면서 “신(알라)의 예언자인 아브라함, 예수, 무함마드를 받들고 존경하고 따른다는 의미에서 턱수염을 기른다”고 소개했다.

세상에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예수의 존재이다. 최 이사장은 “이슬람에는 예수가 신의 아들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이슬람도 기독교 교리처럼 인류는 아담과 하와의 후손으로 믿는다. 다만 기독교는 하와가 먼저 나무의 열매를 먹었다고 믿는데, 이슬람은 아담이 먼저 먹었다고 믿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의 개념도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나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는 같은 개념인데,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은 알라는 우상에 불과하다고 고집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함마드는 초상화는 물론 동상이나 조각도 세우지 못하게 했다”면서 “기독교 세계에서는 무함마드를 비꼬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타 종교의 중심 사상을 흔들면 의도하지 않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로 잘못 알려진 것은 모두 타 종교가 이슬람을 비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알라 이외에는 허리 숙여 인사하거나 엎드려 인사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문화가 없다”면서 “이는 신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의미로서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고인 앞에서도 엎드려 인사하는 문화가 없다”고 했다.

이슬람은 특히 결혼과 출산을 권장한다. 최 이사장은 “결혼은 종교적 미덕이요 사회적 필연이며, 성의 타락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족 구성의 시발점으로 본다”면서 “무함마드는 결혼을 신앙의 절반으로 볼 정도로 장려했다. 독신주의는 신국(神國)을 허약하게 만들고 국력을 쇠퇴시키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혼한 젊은 남녀나 홀로 된 부모에게도 재혼을 장려한다”고 소개했다.

최 이사장은 “장례 문화도 지극히 검소하다면서 장례식은 3일 이내로 한다”면서 “지체 높은 제왕은 물론이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신을 세척한 후 수의를 입혀 최대한 검소하게 집에서 가까운 공원묘지에 평장한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사장은 종교 간 대화를 특히 강조했다. “모든 종교는 공존해야 한다. 공존하려면 서로가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려면 서로를 알아야 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고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함을 인정해야 한다. 내 종교가 인정받으려면 다른 종교의 진리를 인정해야 한다. 종교 간에 담을 헐지 않으면 이 세상의 평화는 요원하다.”

최 이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 메카에 있는 왕립이슬람대학교에서 이슬람학을 전공했으며, 수단 이슬람국립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이슬람교 사무총장과 할랄위원장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한국이슬람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이슬람교 정책을 운영하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의 멤버 33인 중 1인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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