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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물이 나자/갯벌엔 온통 살아 있는 것들의 /아우성이다./

싸우고, 다투고, 빼앗고, 뺏기고,/짝짓고, 버리고/

게, 조개, 망둥어, 낙지, 소라들의/한세상이다./

물이 들자/온통 망망한 바다./

한수난 모든 것들을 지워 버린다./

대낮의 형상들을 어둠이 지워 버리듯/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아득한 곳에서/파도가 밀려오고/

아득한 곳으로 파도가 밀려가는,/

삶이란/갯벌 위의 한생,/

오늘인 어제를 미래라 믿지만/

물이 나자/다시 한세상이 시작되고/

물이 들자 다시/한세상이 끝나고.


원은희
시인은 서해를 진종일 바라본다. 바다는 어느 순간 물이 나가고 어느 순간 물이 들어온다. 물이 나가면 갯벌에 게, 조개, 망둥이, 낙지, 소라 등 뭇 생명체들이 아우성친다. 그것들은 서로 싸우고, 다투고, 빼앗고, 뺏기기도 하면서 서로 짝을 짓기도 하고 짝짓고 나면 버리기도 한다. 물이 들어오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망망한 바다만이 남고 만다.

아득한 곳에서 물이 밀려오고 아득한 곳으로 물이 밀려가는 것처럼 시인은 물속의 세상이나 물 위의 세상이 똑같다는 걸 인지한다.

썰물이 지면 한세상이 시작되고 밀물이 오면 한세상이 끝나고 또다시 반복되듯이 오늘과 어제와 미래도 밀물, 썰물과 같이 꼬리와 꼬리를 물고 돌고 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영원히 사는 것같이 서로 싸우고, 다투고, 빼앗기도 하고, 뺏기기도 한다.

우리들의 대낮같이 눈부셨던 시간도 어둠이 오면 지워지고, 수난을 겪었던 모든 일도 결국 사라진다.

우리 인생의 존재 의미가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것처럼.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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