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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황로사상 문화통합의 지혜를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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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0 21:01:28 수정 : 2017-11-20 22: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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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黃帝사상 결합한 황로사상 / 국가 유지 위해 전쟁 대비하면서 / 각 개인의 행복을 동시에 도모해 / 국민 헤아리는 ‘황로의 지혜’ 필요 인류역사상 ‘평화’를 부르짖은 성현들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동양의 인물로 치자면 ‘도덕경’을 남긴 ‘노자(老子)’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들리는(鷄犬之聲相聞) 작은 나라 적은 백성”(小國寡民)으로 살 것을 주장한 무위자연(無爲自然)사상의 인물이다.

노자에서 대표되는 중국의 도가사상은 중국인들의 집단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민중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한국의 샤머니즘과 같은 사상이다. 중국대륙이 얼마나 어지러웠으면 소국과민을 주장했을까. 역사는 주장의 역설을 살필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노자와 함께 중국을 일으킨 중화민족의 시조인 ‘황제(黃帝)’라는 인물이 있다. 황제는 동이족 배달국의 치우천황(蚩尤天皇)과 싸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북아시아 패권을 놓고 한때 치우와 다툰 황제는 만리장성의 동쪽 끄트머리인 ‘탁록(?鹿)’이라는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 탁록 전투의 승패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 사학자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아무튼 황제는 중화민족의 시조로서 동이족의 단군과 같은 인물이다. 황제는 또한 의술서로 알려진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아마도 당시 문무(文武)문화를 집대성한 책에 ‘황제’의 이름을 붙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사람들은 전한(前漢) 초기에 노자와 황제의 사상을 결합한 ‘황로(黃老)사상’을 만들어냈다. 노자의 사상은 개인의 양생과 평화에 치중한 반면 황제의 사상은 전쟁, 의학, 국가경영 등 과학기술과 경세를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사는 모습과 방식은 마찬가지이다. 밖으로는 국가유지를 위해 전쟁에 대비하면서도 안으로는 개인의 행복을 동시에 도모하는 그것이다.

황제는 중국 삼황(三皇)의 한 인물로 법가적 사고를 대표하고, 노자는 무위(無爲)의 도가적 사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중국을 통일한 한(漢) 고조(高祖)는 진(秦)나라가 왜 일찍 망했느냐를 검토한 끝에 진시황의 민중탄압이 가장 큰 원인임을 밝혀냈다. 그래서 민심과 민생을 얻으면서도 강한 국가유지를 위해 내세운 통합의 사상이 바로 황로사상이다. 전국시대의 법가가 통치를 위해 너무 법치(法治)에 의존한 것에 비해 개인의 양생(養生: 건강과 행복)도 동시에 도모한 사상이다. 말하자면 전한 초기의 중국철학인 현학(玄學)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황로사상은 내면적인 도(道)에서 법(法)이 생겨나며, 이에 도는 법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심(心)에도 음악과 같은 법칙이 있어서 자연계의 법칙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황로사상은 한(漢)대를 지배한 사상이었는데 말기에는 ‘도가’ 일변도로 변모하여 ‘법가’의 면모를 잃음으로써 한나라가 망하기에 이른다. 황로의 지혜도 결국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지혜이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안하무인이 되면 나라가 위험하게 된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선심행정이나 남발하고 결국 우매한 국민을 속이면 나라가 망하게 된다. 민주화에 들떠 놀아나다가 당한 IMF사태를 잊었는가. 전 국민의 공무원화로 국가부도 사태에 빠졌던 그리스와 대중영합으로 피폐에 빠진 남미 여러 나라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나라를 망치기를 작정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대오각성해야 한다. 대통령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한 대통령이 자신이 마치 혁명에 성공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망발이다. 그동안 국민을 속였다는 말인가. 법으로 법을 지우고, 말로 말을 씹어버리면 어떻게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도모하겠는가.

과거의 이데올로기에 매인 사람들은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우매한 사람들일 뿐이고, 과거에 매몰된 사람들은 미래를 결코 개척할 수가 없다. ‘망(亡) 대한민국’이 아니라 ‘희망(希望)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망 대한민국’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다면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위정자들의 책임이 우선 크지만 종교인들도 책임에서 면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대종(大宗)인 기독교와 불교의 책임도 크다.

국민이 위정자를 잘못 뽑았다면 결국 국민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테지만 국민의 지도자가 된 인물들은 우선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종국에는 행복한 국민을 위해 공복(公僕)이 될 것을 다짐해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하며 내건 슬로건이 막상 국가살림살이를 맡아보니 사정이 다르다면 정책을 바꿀 수도 있고, 정책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속이지 마라. 국민을 속이면 결국 국가를 속이는 것이고, 그 결과는 국가가 망하는 길밖에 없다. 강대국의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의 입장을 잘 지키고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상대국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 나라에서 이 말하고, 저 나라에서 저 말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개인이 파산하는 것과 같다. 세계를 경영할 눈이 있을 때 국가도 경영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국가경영은 이미 세계경영이다.

위선과 독선과 아집은 결국 국민을 비참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국민의 삶과 마음을 다스리고 헤아리는 ‘황로의 지혜’, ‘문무겸전의 지혜’를 배우자. 우리는 불행하게도 무(武)와 과학을 천시하다가 망한 역사의 기록을 여러 번 갖고 있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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