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할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빈부 격차, 비정규직 증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등은 그로부터 비롯됐다. 전반적으로 경제 규모는 많이 커졌다. 지난달 3844억달러에 이른 외환보유액은 환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규모도 크게 신장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진 만큼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7년째 2∼3%대에 머문 경제성장률은 그런 결과물이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을 웃돈 적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IMF의 올해 세계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3.4%이지만 우리는 3%선에 겨우 턱걸이한다고 한다. 그만큼 경제 활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는 오래다. 활력을 잃은 경제 실상은 실업사태에서 잘 드러난다.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가 구직자 100명당 152개에 이르는 일본과는 딴판이다. 세계일보가 최근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이 30명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위기 재발에 대한 불안감은 실종된 경제개혁 탓이 크다. 새 정부 들어 경제 활성화의 외침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혈세에 의지한 복지 구호만 요란하고, 규제·노동 개혁의 소리는 사라졌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17만명 증원 정책은 모두 그 연장선상에 있다. 외환위기를 부른 허약한 경제 체질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IMF는 최근 우리 정부에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 7%에서 3% 이하로 하락하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시스템 개혁이란 규제·노동시장 개혁을 이르는 말이다.
나라 경제가 흔들리면 국민 개개인의 삶은 무너진다. 20년 전 위기를 다시 맞지 않으려면 경제 체질을 확 바꾸어야 한다. 신발 끈을 고쳐 매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이 재발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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