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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적폐청산과 검찰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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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9 21:22:06 수정 : 2017-11-19 23: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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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사 방해 혐의 검사 자살로 / 적폐청산 작업 중대한 고비 맞아 / 검찰은 진상규명 철저하게 하되 / 수사 절차·과정 등 좀더 고민해야 현재의 의지나 뜻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론 기존 환경이나 여건이 현재를 더 좌우하기도 한다. 공산주의 사상가 마르크스조차 1848년 프랑스혁명을 분석하며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지만 그들이 바라는 꼭 그대로 만드는 건 아니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문재인정부와 검찰의 적폐청산 작업이 고비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저항의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있다. 아마 아직 다 바뀌지 않은, 기존 사회 구조와 체계, 사람들의 의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세상의 모든 이념보다 더 실제적인 생명의 소멸, 죽음에서 비롯됐다. 공안통 변창훈 검사가 지난 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몸을 던져 숨진 거다. 박근혜정부 시절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아온 그였다.

변 검사의 자살은 적폐청산이 부담됐거나 못마땅했던 이들에게 마치 ‘한발의 총성’ 같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을 중심으로 적폐청산 저지 전선이 곧바로 형성됐다.

보수 언론은 “과도한 수사 아니냐”고 따졌고 “적폐청산을 가장한 정치보복”이라고 눈을 치켜들기 시작했다. 검찰 내 일부 우려나 지적은 좋은 재료가 된다.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간다. “보복수사”라며 “당장 죽음의 굿판을 멈춰라”고 성토했다. 수사를 이끄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겐 “사퇴하라”고 핏대를 올린다.

적폐청산을 사실상 반대하는 이들의 의도와 전략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치보복’ 프레임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거나 두고보자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그건 역대 정권이 이러저러한 명분을 내걸고 과거 정권 지우기를 해온 선례가 적지 않아서일 것이다. 즉 사회 개혁과 진보를 위한 진통이 아닌, 보복의 변주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아울러 도저한 권력에 대한 회의도 이를 부채질한다.

그나마 현 정부 청와대 선임수석인 전병헌 전 정무수석에 대한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은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최근엔 일부 중도적인 그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온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과잉수사’ ‘저인망식 수사’라고 비판한다. 즉 책임자만 처벌하면 될 일을 전부 다 털겠다는 건 위험하다는 거다. 여권 일각의 속없는 ‘속도조절론’도 여기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

김용출 사회부 차장
이래저래 검찰의 고민은 깊다. 적폐청산 수사가 촛불 정신의 숭고한 집행으로 이해될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보복으로 평가될지는 검찰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어서다. 서초동에서 고개를 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문재인정권과 검찰은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되 수사 절차와 과정, 방법 관리에도 좀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진실은 철저히 파헤치고 범죄는 엄히 묻되,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 목적뿐 아니라 과정에도 주목하는 게 민심이다.

아울러 적폐청산 수사를 더 속도감이 있게 진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피로가 누적되면 지지나 동력은 떨어지고 거부감이나 저항감은 커진다. 가급적 올해 안에 큰 틀에서 털고 가야 한다. 더구나 내년엔 정치지형을 바꿀 지방선거와 개헌 일정이 있다. 그땐 정치적 공방에서 헤어나기 어렵고 수사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건 불문가지다.

근본적으로 적폐청산 수사 이후 검찰 스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적폐청산 수사가 오해받는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권력에 편승한 검찰의 역사나 과거 때문 아닌가. 권력과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견지하고 이것을 역사로,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차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의 견제 및 분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혁명을 꿈꾼 마르크스도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짓누른다”고 했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환경과 조건에서 역사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문재인정권과 검찰이 개혁의 근저에 놓인 환경과 조건 자체도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김용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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