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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휴대전화 진동소리에도 '철렁'…포항시민 '지진 포비아'

입력 : 2017-11-19 18:29:03 수정 : 2017-11-19 21: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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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집 돌아갈 엄두 못내”/ ‘잠 안온다’ ‘온몸 쑤시고 아파’/ 시내 병·의원 환자들 줄이어/ 정부, 재난심리지원단 운영 중/ 하루 40여명꼴 건강·심리상담
“대피소 열악한 환경 개선 시급”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집 가까이 대형 차량이 지나가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채모(68·여)씨는 19일 이재민이 수용돼 있는 남산초등학교를 찾아와 의료진과 상담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젠 또 어디로…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19일 옷가지와 모포 등이 들어 있는 가방 등을 들고 대피소를 옮기기 위해 머물던 흥해체육관을 떠나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사생활 보호와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흥해체육관에 모여 있는 이재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포항=연합뉴스

채씨는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거나 심지어 핸드폰(휴대전화) 진동소리에도 깜짝 놀라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진 발생 이후 이재민들뿐 아니라 포항시민들도 지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진 발생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소한 소리나 충격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작은 진동에도 고개를 흔들며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핀다. 이른바 ‘상상지진’이다. 최근 새벽에 여진으로 이재민들이 숙식을 하고 있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이 약간 흔들리자 이재민들이 잠을 자다 깨어 한꺼번에 소리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에 따른 충격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트라우마를 보이는 것이다.

흥해 남산초등학교를 비롯해 흥해공고, 항구초등교, 기쁨의교회 등 이재민이 수용된 시설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는 등 각종 증상을 호소하며 의료진을 찾는 이재민들이 부쩍 늘었다. 포항시내 병·의원에도 지진 이후 이 같은 증상으로 소화제와 진통제, 수면제 등을 요구하는 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진 트라우마가 여진이 계속되면서 가라앉을 만하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민 ‘사각칸막이’ 설치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9일 포항 북구 기쁨의교회에 설치된 사각칸막이에서 지진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재민들의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도록 기쁨의교회 등에 사각칸막이와 개인 텐트를 설치했다.
포항=연합뉴스

한편 이같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재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늘자 정부 차원의 ‘재난심리지원단(단장 이영렬 국립부곡병원장)’이 꾸려져 지난 17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진과 경북도 정신건강복지센터, 포항시 남·북구보건소 등 정부와 광역·기초단체 의료진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3개팀으로 나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구성된 이후 이날까지 3일 동안 120여명에 이르는 상담과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하루 40여명 꼴로 트라우마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남·북보건소에는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이영렬 재난심리지원단장은 “이재민 대피소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 이재민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게 만드는 게 우선 중요하다”며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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