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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이스터 섬 독립해야”… 칠레 의회 진출에 첫 도전한 라파누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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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8 22:00:00 수정 : 2017-11-18 2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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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은 칠레’로 남고 싶지 않다.”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독립을 위해 라파 누이 여성으로는 최초로 칠레 의회 진출에 도전하고 있는 아네트 라푸 자모라의 사연이 영국 일간 가디언에 18일(현지시간) 소개됐다.

가디언은 19일 치러지는 칠레 총선에서 자모라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라모라는 하지만 “라파 누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칠레 의회에서 퍼져나가야 한다”며 “당선 가능성이 없더라도 나의 역사적인 도전은 후세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라파 누이 여성 최초로 칠레 의회 진출에 도전하고 있는 아네트 라푸 자모라. 19일 치러지는 칠레 총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자모라는 “나의 도전은 후세에 새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가디언 제공
라모라는 최근 3주 동안 섬에서 3600㎞나 떨어진 칠레 본토에서 선거 운동을 했다. 그 기간에 칠레가 역사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라파 누이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온 그는 “라파 누이는 행정적인 독립이 필요하다”며 “특히 늘어나는 관광객과 칠레 사람들로 고유 문화와 언어가 잠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모라는 “이젠 라파 누이 족은 이스터 섬의 소수민족처럼 돼버렸다”며 “우리는 작은 칠레가 되고싶지 않다. 우리 고유 문화와 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모라는 이번에 당선되면 이스터 섬 관광과 이주를 엄격히 제한하고, 섬의 자연 보호를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스터 섬이 포함된 칠레 발파라이소 선거구에서 라모라가 당선되려면 최소 4만5000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섬 주민의 표를 모두 모아도 4000여표에 불과하기에 사실상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스터 섬의 수도인 항가 로아(Hanga Roa)의 페드로 에드문드 파오아 시장. 그는 의회 진출을 노리는 자모라와 달리 국제사회에 이스터 섬의 독립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디언 제공
이스터 섬의 수도인 항가 로아(Hanga Roa)의 페드로 에드문드 파오아 시장도 라파 누이의 독립에 한평생을 쏟아부었지만 라모라의 도전은 아무래도 안쓰럽다.

파오아 시장은 “라파 누이가 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지난 130년간 칠레 정부에 땅과 바다를 돌려달라고 말해왔고, 나는 4명의 칠레 대통령을 경험했지만 그들 모두 라파 누이를 속여왔다”고 분개했다. 

오직 80년을 한정으로 한 1888년 협약과 달리 라파 누이 자연공원은 여전히 칠레 산티아고에 등록돼 있다고 파오아 시장은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땅을 온전히 되돌려받길 원한다”며 “그들이 공원이라고 부르는 곳은 우리 조상이 묻힌 무덤”이라고 말했다.

파오아 시장은 이스터 섬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라모라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라파 누이 사람들이 겪은 인권 침해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식민지 독립 부여선언(결의안 1541)의 시행도 칠레 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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