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긴급브리핑에서 수능 시행 일주일 연기 배경의 최대 이유로 학생의 안전을 들었다.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 중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10개 건물 벽에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금이 났다. 예비소집에 나온 수험생들이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못해 다음날 정상적으로 수능을 치를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포항 지진과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능을 1주일 연기해 23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
그러나 이날 오후 6시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이 각각 청와대와 교육부에 수능을 연기하는 게 낫겠다고 건의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애초 교육부 의견을 존중해 수능을 연기할 경우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은 뒤 수능 일주일 연기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부겸 장관이 포항에 내려가 상황을 살펴본 뒤 수능을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 판단을 믿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포항지역 수험생은 6000명 정도”라며 “청와대와 행안부, 경북도교육청의 수능 연기 건의와 생각보다 지진·여진 피해가 크고, 수험생 또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힘들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능이 23일 치러지면 성적통지일도 애초 예정일(12월6일)보다 최소 3∼4일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대학입시 정시모집은 물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는 수시 합격자 발표일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성적통지일이 언제 되느냐에 따라 각 대학의 수시, 정시 합격자 발표일이 결정된다”며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조정하는 수능 일정에 맞춰 대학 합격자 발표일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당장 이번 주말로 잡혀 있는 대학별 논술시험 일정부터 모든 대입 일정이 줄줄이 연기돼야 한다”며 “사상 초유의 일이라 당장 수험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확언하긴 어렵지만 적잖은 파문이 일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23일까지 시험지 보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이미 시험지들이 수험장으로 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과 경찰은 문제지 유출 시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국 85개 보관소마다 2교대로 하루에 교육청 담당자 및 경찰관 4명씩을 배치해 경비를 담당하기로 했다.
수험생들의 컨디션 조절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었다. 김명찬 종로학원하늘교육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날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했던 수험생들은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든 수험생이 모두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일주일 더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주일 전 상황으로 돌아가 덤덤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이정우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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