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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조절해 놨는데” “안전 우선… 잘한 결정”

입력 : 2017-11-15 22:24:53 수정 : 2017-11-15 23: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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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학부모·교사 대혼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내일(16일) 시험에 맞춰 컨디션을 다 조절해놨는데 일단 짜증이 난다.”(수험생)

“수능 연기는 아이들 다 죽이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책도 다 버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학부모)

15일 포항 지진 여파로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처음으로 일주일 연기되면서 수험생은 물론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멘붕’에 빠졌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포항 지진과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능을 1주일 연기해 23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수험생들은 예정된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면접 준비 일정 등을 짰던 터라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학부모들도 시험 연기가 자녀들에게 스트레스를 줘 시험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일각에선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수험생 이태걸(18)군은 “갑자기 수능 날짜가 연기돼 친구들 모두 당황하고 있다”며 “나는 24일 수시 면접이 있어서 수능 끝나면 바로 면접 준비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시험이 미뤄져 면접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지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기숙학교에 다니는 이모(18)군은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포항 애들은 좋겠지만 연기 대신 다른 방식을 찾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노량진 학원에서 수험생활을 해온 정모(20·여)씨는 “이날만을 위해 1년간 준비했고 막바지 컨디션 관리하면서 수액 주사도 맞았는데 너무 당황스럽다”며 “앞으로 1주일이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최모(49)씨는 “수능연기 소식을 듣고 내가 죽을 거 같다. 수능은 멘탈 싸움인데 아이들 멘탈 다 무너지게 됐다”며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 학부모 모두 ‘내일까지만 견디자’며 버텨왔는데…”라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수능일에 맞춰 딸을 챙겨주기 위해 어렵게 휴가를 냈다는 김모(45·여)씨는 “평일엔 좀처럼 쉬기 힘든 일을 하고 있어 정말 어렵게 하루 휴가를 냈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니 황당할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한 학부모(46)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 정부의 결정이 이해가 간다”며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는 너무 안 된 일이지만 수능시험장에 휴대전화도 못 들고 가는 상황에서 여진이라도 일어나면 아이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교사들 또한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은평구 한 고교 교사 신모(29·여)씨는 “교실을 시험장 체제로 다 정리해뒀고, 감독을 맡은 외부 선생님들에게 제공할 편의시설, 물품도 준비해 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며 “수능 일정에 맞춰 예정한 기말고사도 미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사 이모(30)씨는 “학생들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수능 연기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계산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한 수험생은 “국영수는 영향이 없겠지만 과탐 같은 과목은 일주일이면 점수가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참에 부족했던 부분을 더 공부해야겠다”고 말했다.

김민순·이창수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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