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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섭기는 처음입니다"…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입력 : 2017-11-15 22:21:27 수정 : 2017-11-15 23: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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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강진에 피해 속출 / 건물 외벽 ‘와르르’… 화재 사고 속출 / 관내 유치원, 초·중학교에 휴업령 / 울산서도 바닥 출렁일 정도 진동 / 전국 119 수천통 신고 전화 빗발 / 안부 카톡 폭주… 일시 중단 현상도 “평생 살면서 이렇게 무섭기는 처음입니다.”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마을 주민 김인배(82)씨는 공포에 질린 채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김씨는 “6·25전쟁 때보다 더 무서웠다”며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은 건물이 약간 흔들렸을 정도이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오래 굉음과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려 죽는 줄 알았다”고 치를 떨었다.

아파트벽 갈라지고… 학생들 대피소동… 여진 공포에 체육관으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아파트 벽에는 균열이 갔고(왼쪽), 포항 한동대학교에서는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건물 외벽이 무너지자 놀라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가운데). 여진에 북구 흥해읍 주민들은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포항=연합뉴스·네이버TV 캡처·뉴스1
이날 오후 2시29분 포항시청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9㎞ 떨어진 지점에서 “쿠광∼쾅” 굉음과 함께 강력한 진동이 시작되자 진앙과 가장 가까운 도심인 흥해읍 일대 주민은 물론 포항시민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포항시민 김모(53·여)씨는 “여진으로 또 흔들릴 때마다 심장이 떨리고 무섭다”며 “난리가 난 듯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으로 A씨(78·여·포항시 북구 흥해읍)가 담벼락에 깔려 두개골 골절상을 입는 등 중경상 50여명이 포항시내 성모병원과 선린병원, 세명기독병원 등에서 치료 중이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아파트 벽에는 균열이 갔다.
줄줄이 파손된 차량들 15일 오후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지는 바람에 길가에 주차된 차량이 건물 잔해에 깔려 찌그러져 있다. 경상일보 제공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흥해읍 일대였다.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인근 주민 500여명이 대피해 밤을 지새웠다. 마산리 5층짜리 대성아파트 1개 동은 지진으로 기울어져 입주민들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흥해읍사무소와 한동대학교, 선린대학교, 양덕초등학교, 송라초등학교 등에서도 피해가 났다. 한동대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강의를 듣던 학생 500여명이 운동장으로 뛰쳐나왔다. 건물 주변 승용차가 여러 대 부서졌다. 화재도 발생했으나 조기 진화됐다. 대학 측은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우려해 오는 19일까지 휴교하기로 했다. 포항교육지원청도 16∼17일 관내 유치원·초·중학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포항공대 등 4곳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포항시립미술관의 지하 보일러실에서 불이 나는 등 4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포항역에서는 지붕 구조물이 떨어지고 물이 새 역사 이용이 잠시 중단됐다.

이날 지진으로 영남권은 물론 서울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진동이 감지됐다. 전국 119에는 수천통의 신고·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가족·친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전화·문자·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으로 통신서비스가 중단되는 지역도 속출했다. 흔들림 정도가 특히 심했던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는 건물 파손과 주민·학생들의 긴급대피도 잇따랐다.

포항 한동대학교에서는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건물 외벽이 무너지자 놀라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특히 영남권 주민들은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규모 5.4의 지진이 나자 극도의 불안을 호소했다. 경북 구미 시민 이모(42)씨는 “5층 건물 사무실이 흔들거려 직원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지진 여파로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조립라인이 30분간, 금형정밀 생산라인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울산 지역에서도 지진 발생 직후 시민들 대피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울산소방본부에는 지진 발생 이후 10분간 80여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대부분 “방금 건물이 흔들렸는데 지진이 맞느냐”, “지진이 발생했는데 대피해야 하는지” 등의 문의전화였다. 울산시 남구 용잠동의 한 플랜트업체에서 근무하는 정모(34)씨는 “두 번에 걸쳐서 진동이 느껴졌다”며 “첫 번째는 긴가민가했지만 두 번째는 바닥이 출렁일 정도로 흔들렸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진이 왔을 때 순간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지만 금방 정상적으로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여진에 북구 흥해읍 주민들은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이번 지진은 진앙으로부터 262㎞ 떨어진 서울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권모(30·여)씨는 “지진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난 뒤 10초쯤 후 16층 사무실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이런 진동은 난생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이날 지진 발생 직후부터 수원, 성남, 용인 등 경기 남부지역 곳곳에서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폭주했다고 밝혔다.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땅이 흔들렸는데 지진인지, 사고가 난 것인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20분 만에 330통 넘게 걸려왔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제주와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진동은 감지됐다. 제주시 애월읍에 산다는 한 주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11층에서 흔들렸어요. 무섭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진으로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일부 구간 등 포항 인근 지역을 운행하는 일부 열차가 서행 운행했다. 코레일은 여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속도를 올려 정상화할 계획이다.

포항=장영태 기자, 전국종합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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