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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벌금 500만원으로 올린다고 성폭력 문제가 개선될까요?"

입력 : 2017-11-14 18:37:26 수정 : 2017-11-15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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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근절대책 발표/ ‘처벌 강화’ 직장 성폭력 처방, 미봉책 될라 / 부실 조치 사업주 징역형에도 구성원에 면죄부·은폐 가능성 / 성희롱 예방교육 내실화 시급 / ‘피해 이후의 삶’ 더 큰 고통 / 2차 가해자 처벌 규정 없어 / 물의빚은 LX 등 첫 근로감독
“기존의 성희롱 벌금 300만원을 내는 기업도 거의 없는데 500만원으로 올린다고 성폭력 문화가 개선될까요?”

최근 한샘과 현대카드 등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14일 처벌 강화와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내용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와 직장 문화를 바꾸는 근본 대책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이날 성희롱 예방과 대처에 소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지금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만 다뤘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기업에 직접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로감독관의 감독 업무에 포함시켰다. 성희롱 금지와 성희롱 행위자 징계 등과 관련해 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부과하는 방안도 내년 중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1월9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일부 항목의 과태료를 올렸을 뿐이다.

사업장 내 성희롱 예방·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사내에 사이버 신고센터나 성희롱 고충처리담당자를 두고, 여가부에서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 임원과 시·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에 있는 5만여개의 노사협의회가 분기별 또는 반기별 안건으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다루도록 법제화한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은 직장 내 문화를 개선하거나 성희롱 피해자가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돕는 근본 방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성희롱 피해를 고발한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피해 이후의 삶’인 경우가 많다. “별 것 아닌 걸로 까다롭게 군다” 등 잘못된 성인식과 편견으로 따돌림에 시달리다가 직장을 떠나는 피해자들이 적잖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2차 피해 대책으로 사업주의 조치의무 강화만을 강조할 뿐 2차 피해의 실제 가해자인 직장 내 주변인에 대한 처벌 규정과 징계 가이드라인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가해자나 사업주 1인에 대한 처벌 강화는 직장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사건을 더욱 은폐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직장 구성원들이 사건을 숨기거나 보복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후 조치인) 근로감독 강화로 풀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현장전문가는 “지금과 같은 정부 방안으로는 가해자를 자른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을뿐더러 해당 조직의 문화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며 “성희롱 가해자의 사표 처리를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 조항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성희롱 예방 교육의 내실화다. 현재 사업장의 대표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은 1년에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고위직의 참여 비율이 낮다. 현장전문가는 “1년에 한 번 받는 교육 수준을 질적·양적으로 더 높이고 학교 교육에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정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부는 최근 직장 내 성희롱 논란이 제기된 성심병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상대로 이번 주 중 근로감독에 들어간다. 이들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은 ‘직장 내 성희롱 근절대책’에 따른 첫 조치여서 주목된다.

이현미·김준영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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