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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20만원짜리 패딩 40만원에"… SNS '짝퉁' 광고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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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4 19:39:07 수정 : 2017-11-15 07: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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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짝퉁 사이트’ 사기 주의보 / 너무 저렴하면 의심 받을라 / 20∼30% 정도만 싼값에 책정 / 병행수입 내세워 우롱하기도 / 온라인 적발 4년 새 32% 늘어 / 처벌 수위 낮아 재범률 높아

#1.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한 광고에 마음이 혹했다. 올 겨울에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던 프리미엄 패딩 ‘캐나다구스’를 60~80% 할인해 판매한다는 광고였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정가로는 120만원 가량하는 패딩이 40만원 가량으로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 곧바로 카드 결제에 돌입하려던 김씨는 문득 의심이 들었다. 싸도 너무 싸다 싶어 해당 쇼핑몰 이름과 주소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봤더니 짝퉁 상품을 파는 곳이라는 글을 발견하고는 결제를 중단했다. 김씨는 “결제 전에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큰돈을 날릴 뻔 했다. 이후 해당 브랜드 공식 사이트를 가봤더니 짝퉁 사이트와 거의 유사하더라”면서 “이번 일 이후 SNS 상의 광고글에 대해 불신하게 됐다. 국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패딩을 직접 구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박모(35·여)씨는 인스타그램에 이탈리아 명품 패딩 브랜드 ‘몽클레어’를 백화점 가격보다 80% 할인되어 판다는 광고글을 보고 고민 없이 주문했다. 평소에도 해외 직구를 통해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경험이 있는데다 인스타그램의 스폰서 타이틀이 붙어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드 결제 후 휴대폰 문자로 중국 위안화 지출 내역이 찍힌 것을 보고 중국의 짝퉁 사이트라는 것을 깨달았다. 박씨는 “가격이 너무 싸긴 했지만, SNS의 스폰서 타이틀이 있길래 믿었다. 받아보니 제품도 조악해서 밖에 입고 다니기 민망할 수준이다. 이래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하나보다 싶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으로 겨울철 날씨에 접어들면서 패딩 등 방한복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SNS를 통해 패딩을 홍보하는 광고의 노출 빈도도 부쩍 늘었다. 문제는 캐나다구스나 몽클레어 등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의 짝퉁 사이트들이 버젓이 SNS 상에서 정품을 주장하며 50~80% 파격할인을 내세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SNS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포털 사이트에 입력한 검색어와 관련된 상품 광고나 배너 등을 노출시키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SNS에 뜨는 짝퉁 상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14일 특허청에 따르면 SNS나 온라인상의 위조 상품 단속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4870건, 2013년 5367건, 2014년 5843건, 2015년 6261건, 2016년 6415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1월부터 7월까지 3756건이 단속됐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상의 위조 상품 단속건수는 1만4811건으로 온라인(3만2512건) 위조 상품 판매가 훨씬 더 활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소비자들이 의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보다 20~30만원만 싸게 책정해 파는 짝퉁 사이트도 있다. 실제로 해당 쇼핑몰에 ‘상품 가격이 정가에 비해 너무 저렴한데 짝퉁 아니냐’고 문의하자 “우리는 유통과정을 최소화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병행수입 사이트다. 정품이니 안심해도 구매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유통마진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통상적으로 2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병행수입을 핑계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짝퉁 사이트마저 등장한 셈이다. 병행수입을 가장해 짝퉁을 파는 판매자들은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도 도사리고 있어 소비자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1월말 ‘블랙 프라이데이’가 다가오면서 짝퉁 사이트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치러지는 미국의 명절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일컫는 용어로 연중 최대 세일이 진행된다. 국내 소비자들도 블랙 프라이데이 때 유명 브랜드 상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워낙 파격할인이 많기 때문에 짝퉁 사이트들도 ‘블랙 프라이데이 맞이 50~80% 할인’, ‘해외직구 대행’ 등의 꼬리표를 내세워 짝퉁 상품을 정품으로 버젓이 속여 팔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인들이 블로그를 통해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해 배송해주는 구매대행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유명 브랜드의 가디건을 블로그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했다는 이모(30)씨는 “배송 온 가디건을 살펴보니 올이 풀려있고, 한두 번 입은 것 같았다. 구매대행 업자에게 환불해달라고 항의하니 ‘소재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사전에 교환, 환불은 불가하다고 고지했다’며 거부하더라”면서 “예전에는 블로그 공동구매를 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짝퉁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블로그를 들어가서 항의하려 했더니 이미 폐쇄한 뒤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짝퉁·사기 사이트의 피해를 막으려면 사이트 주소가 보안이 강화된 ‘https'로 시작하는지 살피고, 개인정보 기능이나 환불정책, 고객센터 연락처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의심이 들땐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리뷰를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위조상품제보센터 관계자는 “짝퉁 사이트들은 허위 주소나 대포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도메인을 바꿔서 다시 영업하는 곳도 많다”면서 “단속에 걸려도 짝퉁 상품 판매 이익금에 비해 벌금이 현저히 낮아 재범률도 높다. 결국 소비자들이 먼저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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