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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장벽 없는 소통 시도, 제7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입력 : 2017-11-11 14:00:00 수정 : 2017-11-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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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화와 소통하는 방법 즉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를 이해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지난 목요일(9일)에 개막한 제7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소식을 접하며 영화의 다양한 소통 시도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지금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옆에 있는 교복 입은 친구에게 “아 배고파!” 라고 말을 할 수도 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며 침을 삼키는 주인공의 얼굴을 음식 클로즈업 다음에 보여줄 수도 있다. ‘꼬르륵’ 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이렇게 의상, 분장, 소품, 세트 등을 이용한 시각적인 정보에 대사, 효과음, 음악 등 청각적인 정보를 혼합하고, 거기에 촬영, 조명, 편집 기법, CG 등을 추가하면, 영화는 단순한 사실부터 미묘한 심리 상태까지 많은 것들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역사는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 확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처음 등장한 영화는 1분미만의 짧은 단편 영화로 카메라 움직임, 편집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녹음도 시도하지 않은 무성영화였기 때문이다.

첫 등장 시기에는 그저 ‘와~ 움직이는 영상이다!’ 라는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후 점점 풍부한 스토리를 전달하게 되면서, 클로즈업 사용도 시도하고, 편집도 시도하고, 카메라를 흔들어도 보고 하는 식으로 다양한 시각적 전달 방식이 도입되었다. 1920년대 후반 이전까지 무성영화 시기가 지속되면서, 긴 자막이 담긴 화면을 커트와 커트 사이에 보여주며, 상황 설명과 대사를 전달하는 시각적 소통 방식도 자리를 잡게 된다.

무성영화 시기에도 관객들이 침묵 속에 아무런 청각적 자극 없이 영화를 감상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관에 고용된 변사가 읽어주는 대사나 음악가들의 연주 같은 라이브 사운드를 들으며 무성영화를 즐겼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 제작 과정에 사운드 녹음이 포함되는 유성영화가 대세가 되면서 영화관 내 라이브 사운드는 사라졌지만,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대사, 효과음, 음악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영화의 청각적 소통 방식 역시 확대되어 왔다.

그리고 시청각 장애가 있는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추가적인 녹음과 자막 작업이 이루어지는 ‘배리어프리 영화’들도 제작되고 있다. 보고 들으면서 소통하는 영화가 보고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제7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에서는 30여 편의 배리어프리 버전 영화들이 상영되는데, 개막작인 안재훈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소나기'(화면해설 변요한) 등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6), ‘박열’(감독 이준익, 2017) 등의 최신 영화를 비롯해 ‘빌리 엘리어트’(감독 스테판 달드리, 2000),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 2017) 등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그밖에 화면해설 라이브 상영 등도 시도될 예정이다.

현재 영화는 시대, 국경 등을 초월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시청각적 소통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시청각적 장애조차 초월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미 본 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이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만나 보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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