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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고백한다. “부끄럽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내 가슴속에서 또렷이 들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그마치 11년이었다.” 2011년 7·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유승민은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때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반문이었다. “왜 당 대표가 못 될 것으로 전제하고 질문하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그의 전투력이 의심스럽다고 말해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승민은 홍준표 대표에 근접한 2위 득표를 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후보에게 여론조사는 많이 뒤졌지만 대의원들에게서 표를 월등히 많이 얻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가? 세상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싫은 꼴 안 보려면 조용히 떠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가 그래선 안 된다. 최근 바른정당을 탈당한 어떤 지도자급 정치인은 “덩치는 산만 하지만 간은 벼룩만 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는 절이 싫어 떠나는 중처럼 이 당 저 당을 왔다 갔다 했다. 유승민은 그보다 맷집이 좋다. “끝까지 해보고 나서, 0.0001%의 가능성도 없다면 그때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기질은 현직 대통령에 의한 배신자의 낙인을 버텨내고, 대선 때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도 완주하는 저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때도 2011년이다. 유승민이 거의 무명이던 데 비해 안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해 11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그 다음해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다시 양보하면서, 올 5월 대선에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최근에는 당 소속 의원들이 안 대표를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마구 흔들고 있다.

유승민과 안철수 둘 다 외로운 처지다. 한 명은 포용력, 한 명은 전투력을 의심 받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두 사람이 지도자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평범한 정치인으로 끝나느냐 여부는 어떻게 위기를 잘 버텨내느냐에 달렸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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