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가? 세상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싫은 꼴 안 보려면 조용히 떠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가 그래선 안 된다. 최근 바른정당을 탈당한 어떤 지도자급 정치인은 “덩치는 산만 하지만 간은 벼룩만 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는 절이 싫어 떠나는 중처럼 이 당 저 당을 왔다 갔다 했다. 유승민은 그보다 맷집이 좋다. “끝까지 해보고 나서, 0.0001%의 가능성도 없다면 그때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기질은 현직 대통령에 의한 배신자의 낙인을 버텨내고, 대선 때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도 완주하는 저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때도 2011년이다. 유승민이 거의 무명이던 데 비해 안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해 11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그 다음해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다시 양보하면서, 올 5월 대선에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최근에는 당 소속 의원들이 안 대표를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마구 흔들고 있다.
유승민과 안철수 둘 다 외로운 처지다. 한 명은 포용력, 한 명은 전투력을 의심 받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두 사람이 지도자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평범한 정치인으로 끝나느냐 여부는 어떻게 위기를 잘 버텨내느냐에 달렸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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