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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 위안부 피해자 문제 마침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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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8 21:09:32 수정 : 2017-11-08 23: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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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앞서 진심 어린 사과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이던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영빈관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1977년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81)와 1978년 납북됐다가 2002년 일본으로 돌아온 소가 히토미(58)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해자가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오도록 아베 총리와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공동기자회견 때 이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납치 피해자를 돌려보낸다면 매우 큰 시그널이 될 것이며, 특별한 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납북 피해자 반환을 조건으로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파격적 발언이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베 총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방북할 때 관방부장관 자격으로 동행했다. 북·일 협상에 따라 납북 피해자 5명이 일본으로 일시귀국했는데 아베 총리가 이들을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관철했다. 이 일로 거물급 정치인 반열에 오른 그에게 납북 문제는 정치 자산이자 부담이기도 하다. 그는 집권한 이후에도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의 힘을 빌리기로 한 듯하다. ‘친아베’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베 총리가 외무성 등에 지시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라고 보도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문제는 시간이다. 피해자 가족은 이미 고령이다.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84)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만남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른다.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은 2006년 미국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2014년 도쿄 영빈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후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그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납북 피해자 가족의 얼굴에 파인 깊은 주름을 보면서 문득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떠올랐다. 이들 역시 인권 유린을 당했고, 이미 고령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른다. 7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한 만찬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간절한 문제 해결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꿈쩍 않는 일본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미국의 힘이라도 빌리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용수 할머니를 안아줬다. 그 아픔이 전달됐을까.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북 문제를 인권 측면에서 세계가 협력해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려면 위안부 문제를 먼저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박근혜정부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이미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이 합의가 불충분하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단지 진심이 담긴 일본 정부의 사과뿐이다. 일본이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어야 동북아시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을 친구로 얻을 수 있다. ‘사학스캔들’로 한때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역대 최강 총리’라는 명성을 재확인한 아베 총리가 계속 자존심이라는 사슬에 매여 있을지, 과감한 결단으로 실리를 택할 것인지 궁금하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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