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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류 문명사 최악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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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7 21:32:23 수정 : 2017-11-07 2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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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41년, 1765년 사행단을 따라 청 연경으로 가던 담헌 홍대용. 산해관에 이를 즈음 강녀묘(姜女廟)에 들렀다. 강녀는 만리장성 축성에 징발돼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를 찾아 만리 북방에 온 뒤 망부석이 된 여인이다. 묘에 남은 송 문천상의 시. “진 황제는 어디 있나/ 만리장성에는 원망만 쌓이고/ 강녀는 죽지 않았네/ 천년 돌 조각에 정절이 남았어라.”

홍대용은 ‘을병연행록’에 시 해설을 남겼다. “진시황은 온갖 욕심(耳目之慾)에 가득 차 만세에 더러운 이름을 남겼으니 죽어서도 착한 사적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성리학자와는 결이 다른 실학자 홍대용의 진시황 평가도 차갑다. 왜? 혹독한 법을 만들어서? 전쟁을 많이 해서? 아닌 것 같다. 분서갱유(焚書坑儒) 때문이다. 천하의 죽간(서적)을 불사르고, 460여명의 선비를 땅에 묻었다. 그때 생매장된 유(儒)는 대부분 소유(小儒)로 불린 도교 도사들이었다고 한다. 진시황에게는 ‘반문명’ 낙인이 찍혔다. 동양 문명사에서 분서갱유는 ‘제1의 문명 재앙’으로 꼽힌다. 그런 평가는 이어 등장한 한 왕조가 진을 적폐로 몰아세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문명 재앙은 어떤 것일까. 루게릭병을 앓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인류 문명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

‘터미네이터’. 로봇에 맞선 인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인간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시간 속의 전쟁’을 한다. 코너를 살해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살인기계 터미네이터, 그에 맞서 인류를 구원할 코너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일까. 호킹 박사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미래다. “위험 대처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AI는 무기로 발전하고, 우리 경제는 파괴될 수 있다.” 이런 말도 했다. “AI가 선(善)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믿고 있다.” 재앙을 피하기를 비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말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념 갈등, 적폐 갈등, 정략의 싸움….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언제쯤 호킹 박사와 같은 ‘위대한 고민’을 하게 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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