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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평창올림픽 세계 관통할 ‘메시지’ 없어… 붐업 캠페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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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7 20:36:22 수정 : 2017-11-07 20: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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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케팅 권위자’ 곽대희 미시간대 교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행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일 기준 올림픽 입장권 판매량은 목표치(107만장)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패럴림픽 입장권 판매율은 이보다 더 심각한 4%대(목표치 22만장)에 머물러 있다. 사후 시설 활용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올림픽이 스포츠 유산은커녕 후대에 빚더미만 남기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세계일보는 지난달 18일 서울대 체육문화연구동에서 미국 스포츠마케팅 분야 권위자인 곽대희 미시간대 교수를 만나 평창올림픽 마케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그는 현재 미시간대 스포츠마케팅 리서치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안식년을 맞아 올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방문교수로 재직 중인 곽 교수는 평창올림픽 흥행 저조의 이유로 “한국이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10만원짜리 올림픽 입장권을 살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현재 평창 홍보 메시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한 향수 정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곽 교수는 또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이 체육계에 뻗은 ‘검은손’과 경기 악화 등으로 침체된 한국 스포츠 산업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곽 교수는 체육계 비리 일벌백계, 생활체육 진흥을 통한 스포츠 향유 인구 확대와 더불어 경기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대희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교수가 지난달 18일 서울대 체육문화연구동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해 국민의 관심도를 끌어올릴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평창올림픽 흥행을 두고 각계에서 걱정이 크다.

“비단 평창올림픽뿐만 아니라 올림픽 자체에 대한 시청률 감소가 감지되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의 시청률이 이전 대회였던 2012 런던 때보다 15% 감소했다. 이는 방송사와 후원사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미국에서도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버드와이저, 씨티, 힐튼 등 굵직한 다국적 기업 스폰서들이 이번 평창 대회부터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스폰서에 참가하지 않는다. 미국 내 관심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물론 시차 문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불참 등 다른 악재들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대회 홍보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어디에서 누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홍보를 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조직위가 홍보역량 강화를 위한 직제 개편을 감행했으니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나 주제가 없다. 평창대회를 통해 조직위가 우리 국민과 국제 커뮤니티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유가 충분치 않다.”

―남은 기간 국내외 붐업 조성을 위해 획기적인 방안이 있을까.

“평창올림픽과 국민 사이의 관여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평창이라는 도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돼야 한다. 지금의 홍보는 많은 양의 정보만 일방적으로 나열하거나 대회와 연관성이 낮은 모호한 이벤트 등으로 효과가 분산되고 있다. 구체적인 타깃이 선정된 메시지와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지난 2월 한국갤럽에서 대회 개최 1년을 앞두고 전국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는 절반 이상이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19∼29세 52%, 30대 57%)고 응답했다. 그러나 현재 홍보물 대부분은 한국이 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국제육상대회 등을 모두 유치한 국가라고 강조한다. 88올림픽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세대에게 그다지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 산업이 성장하다가 ‘최순실 그림자’로 좌초된 모양새다.

“잠재적 최순실은 어느 조직에나 있다. 공정한 기회와 경쟁, 투명한 운영 등이 없다면 언제 또 겪을지 모를 일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폐쇄적이고 경직된 스포츠계 조직문화를 안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체육계의 파벌싸움, 승부조작, 선수폭력 등의 관행에 감시기능이 작동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내부고발자 보호 제도도 시급하다.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선수나 코치, 구단, 연맹, 조직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지난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됐다.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모든 변화는 기회다. 스포츠 산업의 본원 시장인 참여 스포츠가 활성화돼야 관련 용품, 의류, 관람 등의 여러 파생상품으로 퍼질 수 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연속선상에 놓인다는 것은 단계별, 수준별 소비자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 본원 시장 자체를 키울 기회라고 본다.”

―각종 연맹 차원에서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NHL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NHL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유소년 프로스포츠 참여실태를 조사해보니 40% 정도 감소했다. 아이스하키는 몸싸움이 많아 위험하고 고가의 장비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또 9∼10세 나이에 원정경기를 가는 등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돈도 시간도 많이 들고 위험하기까지 해서 다른 종목으로 이탈한 것이다. 그래서 NHL은 유소년만의 아이스하키 환경을 구축하는 대대적인 수술 작업에 들어갔다. 경기는 되도록 같은 주 안에서 치러 이동 거리를 대폭 단축했다. 부상 위험이 있는 보디 체킹을 금지하고 경기당 인원수도 줄여 아이스링크장 하나에서 동시에 세 경기를 치름으로써 대관 비용을 대폭 줄였다. 경기 규칙 개정까지 감행한 과감한 개혁으로 NHL은 반토막 났던 유소년 선수들을 다시 이전만큼 끌어모을 수 있었다.”

―기업들은 여전히 프로 구단을 사회공헌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기업 후원 성격의 스포츠이벤트 주관, 둘 중 어느 쪽이 업의 본질인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플랫폼은 스포츠 외에도 많다. 스포츠 구단이 기업과 방송사의 자금을 원하는 만큼 끌어오기 위해서는 이들이 원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가 상생할 수 없는 구조이다. 사회공헌이라는 명분으로 이들의 관계를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프로 구단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중계권료 수익이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중계권료가 제자리인 리그들은 위기라고 보면 된다. 지난 10년간 미국 스포츠 시장의 수익구조 변동을 보면 중계권료가 연 7.2%로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다. 1∼2년 이내 중계권료 수익이 총 티켓 수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간접관람의 규모가 직접관람으로 발생하는 수익과 대등해지거나 이를 넘어서면 구단의 운영수지 개선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프로구단들이 티켓 판매 수익을 늘릴 방안이 있는가.

“전문적인 티켓 판매인력이 부족하다. 미국프로농구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의 경우 풀타임 티켓 판매 직원만 50명이 넘는다. 이들은 전문적 트레이닝을 받고 시즌·단체·럭셔리 스위트 등 다양한 패키지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 적극적인 아웃바운드 마케팅(공격적 홍보)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수준이다.”

―한국 스포츠마케팅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해 달라.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주축이 돼야 한다. 일례로 한국 프로야구는 티켓 수익, 중계권료, 스폰서십 수익 등을 기준으로 미국, 일본을 잇는 세계 3대 시장이다. 올해도 최고 관중 수를 경신할 정도로 티켓 패키지의 다변화, 신축 경기장 신설 및 개보수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구단이 경기 운영자라는 공급자 관점에서 고객의 세밀한 경험을 설계하는 소비자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객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취약하다. 기존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게 해석해 의미 있는 정보로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하다.”

대담=최현태 체육부장, 정리=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 곽대희 미시간대 교수는

●1977년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체육교육과 졸업, 스포츠마케팅 석사 ●메릴랜드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미시간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종신교수, 스포츠마케팅 리서치센터 소장(2016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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