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각자의 자리에서 ‘답게 살아야’ 불신·갈등 극복”

입력 : 2017-11-07 20:35:56 수정 : 2017-11-07 20:35: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 7대 종단 화합·일치운동 김성곤 서울평화교육센터 이사장 “사람의 심성을 참되게 하고 바르게 하며 슬기롭게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지요. 오늘처럼 정교 분리의 사회에서는 종교의 역할을 수행하기란 어렵습니다. 도(道)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교동심(政敎同心)입니다. 정치와 종교가 이 세상을 평안하게 하고 참되게 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 협력해야 합니다. 어찌하면 근본을 바로 세워 도의 정치를 실현할 것인가. 그것은 정치인이 먼저 수신으로 각자의 몸과 마음을 닦아서 참되고, 바르고, 슬기롭고 지행합일하는 인격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전남 여수에서만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곤(65) 서울평화교육센터 이사장의 말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기 어려운 것처럼 부자가 천국 가기란 쉽지 않다는 옛 경구도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 도의 정치를 구현하기란 어렵다. 모략과 술수를 통하지 않고선 현실 정치판을 헤쳐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열혈 종교인으로 활동하는 김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김성곤 서울평화교육센터 이사장은 “정치와 종교가 이 세상을 평안하게 하고 참되게 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사실 출가하려고 맘먹고 암자에서 수행하던 중 한 선사를 만나 이런 말을 들었다. ‘부처의 본의는 출가하는 데 있지 않다. 출가는 수행의 과정이다. 부처의 본의는 부처의 깨달음을 통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목탁 두드리며 산사에서 수행하는 것은 오히려 편하다. 사회에 나가 교화하는 게 더 낫다. 출가하려거든 그 마음으로 정치를 해라.’ 스님이 되려던 마음을 고쳐먹은 계기가 되었다. 이후 기독교 목회자가 되려고 했다.”

김 이사장이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도 이처럼 종교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가 종교에 눈을 뜨게 된 직접적 계기는 1975년 반정부 시위에 나선 이후 재학 중이던 고려대에서 쫓겨났을 때였다. 당시 운동권과 정치권의 논리로는 ‘이상’을 펼칠 수 없음을 깨달은 이후, 종교와 철학 우주와 생명의 신비 쪽으로 생각을 바꾸면서 종교에 집중하게 되었다. 지금은 원불교인이다.

“학생운동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사회를 바꾸는 것은 정치로선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를 바꾸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니 결국 종교와 교육으로 모아진다.”

지난 6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열린 ‘답게살겠습니다 운동 범종단 다짐대회’에 참석한 7대 종단 소속 평신도들이 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평화교육센터 제공
그는 “종교에는 본질과 비본질이 있다. 곡식에 알곡과 껍질이 있지만 곡식 안에 알곡이 진짜인 것처럼 말이다. (일부 종교의 경우)형식에 얽매여 본질은 어디 가 버리고 형식만 남아 있다”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한 것처럼, 종교가 목적이 되어버린, 본말이 전도된 경우를 왕왕 보곤 한다”고 한탄했다.

종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금부터 딱 500년 전 루터는 본질로 돌아가자며 기독교 혁명의 횃불을 올렸다. 이 시대 우리는 영적 혁명으로 종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종교 평화 운동을 하다 보면 뭐가 알곡이고 뭐가 껍질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김 이사장은 “교리나 의식, 제도 역시 필요하지만 이는 비본질이다. 용서, 사랑, 정의, 평화가 종교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은 오는 18일 천도교 서울 중앙교당에서 개최할 ‘답게살겠습니다 운동 범종단 다짐대회’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7대 종단 음악인들이 만든 연합합창단 공연도 준비 중이다. 행사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7대 종단의 대표자들이 각자가 벌인 평화, 일치 운동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종교 간 평화 화합을 위한 실천운동 차원에서 기획한 대형 행사이다.

‘답게살겠습니다 운동’의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다. 김 이사장은 “이런 후진적인 사건을 두고 대통령이 잘못했니, 누가 잘못했니 따지기만 했다. 진짜 교훈은 답게사는 것”이라면서 “천주교에서 ‘내탓이요’ 운동을 벌인 이후 이를 전 종단에 확산,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7대의 종단 소속의 평신도들이 추진하는 행동체로서 ‘답게살겠습니다’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진짜 촛불이 자리 잡으려면 양심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사)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실행기관 격인 서울평화교육센터 이사장직을 맡아 종교 간 화합과 일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국내 7대 종단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1970년 일본 교토에서 발족한 세계종교인평화회의의 맥을 이어, 1976년 싱가포르에서 출범한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한국 지부 성격의 범종교인 기구다. 이 단체는 고 강원용 목사나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지도자들이 종교 간 화합 또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펼쳤던 요람이 되었다.

김 이사장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대해 “종교가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류 공동의 선을 추구하자는 범세계 종교적 이념에 뿌리를 둔 단체로, 첨예한 종교적 대립으로 신음하는 중동지역에서 난민 구호 활동과 어린이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4선 의원을 지낸 경력임에도 정치색이 보이지 않는 소탈한 품새의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 고초를 겪은 로버트 김의 동생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