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위성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공식 표명한 의미는 크다”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 구매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1대 가격이 147억엔(약 1433억원)인 F-35 전투기 42대를 사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육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이지스 어쇼어’도 도입하기로 했다. 모두 고가 무기다. 추가 구매하는 만큼 예산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아베 총리는 즉각 “일본의 방위력을 질적, 양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대량의 무기를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더 구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가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목표로 군사력 확대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려운 곳을 긁어 준 것일 수도 있다. 일본의 군사력 확대 움직임을 주변국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이유로 당당하게 무기를 확충할 수 있고,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라는 암묵적 원칙을 깨뜨리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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