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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상 위에 큰 그림 그리는 중국號 선장

입력 : 2017-11-04 03:00:00 수정 : 2017-11-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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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권력 통합 시진핑의 리더십 조명 / 공산당은 부강한 나라 만드는데 필요조건 / 마오와 같이 위기·공포 적절한 배합 전략 / 반부패 운동 등 내부 전쟁으로 조직 관리 / 서구 “중국은 경멸서 이젠 두려움의 대상” / 인물 분석부터 인맥·외부 세계 시선까지 / 시진핑 성공 뒤의 이야기 흥미롭게 담아
케리 브라운 지음/도지영 옮김/시그마북스/1만8000원
CEO 시진핑/케리 브라운 지음/도지영 옮김/시그마북스/1만8000원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평가하면서 ‘세계 최고의 권력자’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CNN방송도 “(미국이 잃고 있는)세계 리더십의 공백을 시진핑이 파고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달 18일부터 1주일간 열렸던 제19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내놓은 것들이다. 소련 공산당이 문을 닫았으니 중국공산당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란 시각이 2010년대 전후까지도 주류였다. 그러나 이런 서구 중심의 시각은 여지없이 빗나간 상황을 세계인은 목도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 서구는 과거 경멸의 대상에서 두려움의 대상으로, 이젠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5년 말까지 미국 위싱턴 정가의 중심 테마는 중국의 미래였다. 중국을 파트너로 볼 것인가, 적으로 간주해 제압할 것인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서방세계는 당시까지 중국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중심의 시각에 사로잡힌 전문가들은 현재 불편한 마음으로 시각교정을 하면서 중국의 거침없는 팽창을 매우 불안한 시각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이 책은 최근 서구 중국 전문가들의 연구 추세를 반영한 책이다. 저자 케리 브라운은 주중 영국대사관 1등 서기관을 지냈으며 현재 킹스칼리지런던의 라우중국연구소 소장이다. 19차 당대회 1년 전인 2016년 하반기에 쓴 책이지만 중국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손색없다.

브라운 교수는 먼저 서구의 중국 깔보기 시각을 비판한다. “중국공산당은 한편으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화려한 수사의 선언문에 빠져 있다고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오직 권력 유지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며, 위선적이고, 겉과 속이 다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중국의 지도자들을 몹시 깔보는 시각이다.”

브라운 교수 역시 중국 깔보기 군단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열심히 시각교정 중이다. 그는 현재의 중국을 부국강병과 서구 추월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한다. 자유민주주의 구현이라는 ‘허울’에 묶인 서구식 정치 신념이란 중국의 지도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 지도자들의 신념은 복잡하지 않다. 그들은 나라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을 놓지 않고, 그 권력으로 국민이 잘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며, 그래서 공산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추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오쩌둥처럼 무자비한 1인 권력을 추구하진 않을 것이다. 시진핑은 다만 공산당이 오래 권력을 누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마오쩌둥주의자와 매우 비슷하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라우중국연구소 소장인 저자 케리 브라운은 이 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을 놓지 않으며 중국 인민들은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시사지 ‘타임’의 표지 일부분.
연합뉴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과 마오쩌둥은 둘다 비슷하게 격렬한 내부 투쟁을 벌였다고 풀이한다. “시진핑은 공산당이 관료화되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거대 조직이 되지 않도록 내부 전쟁을 벌였다.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시진핑의 새로운 임무는 공산당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미다스의 손이 되지 않도록 내부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오쩌둥과 시진핑은 컨트롤 범위 내에서 위기와 공포를 배합하는 방법을 써왔다. 시진핑의 반부패투쟁 같은 정치 프로그램이 이런 유형이며, 시진핑에게 마오쩌둥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이 마오쩌둥 같은 1인 지배체제를 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남긴 유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과거에 (마오의)큰 실수가 있었지만 여기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통치를 향해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공산당을 이끌고 있다.” 시진핑은 점점 더 마오쩌둥 같은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이 서구의 정당과는 다르다는 점을 열성적으로 강조한다”면서 “중국의 지도자들은 서구의 정당을 특수 이익 집단이나 일부 계층의 우려 사항만을 대변하는 정치적 노리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에 대해 “공산당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면 이를 움직여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 공산당의 야망과 정신을 의인화한 존재이자 공산당의 가장 충실하고 진정한 종복”이라면서 “시진핑의 힘은 공산당에 대한 그의 이상과 신념, 열정에서 나온다”고 평했다.

아울러 저자는 시진핑과 시진핑을 둘러싼 인맥들,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시진핑의 시각 등을 통해 시진핑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려면 시진핑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테마이다. 저자는 이번 19차 당대회 1년 전에 중앙조직부장으로 승진한 시진핑의 절친인 천시와 이념 책사 왕후닝, 경제책사 류허, 조직 책사 리잔수 등 시진핑 주변 인물들을 흥미롭게 풀이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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