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기능을 이용한 성폭력 피해 고발이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 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다. 미국 할리우드가 진원지다. 지난달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이 불거진 뒤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 해시태그를 달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리스 위더스푼 등 배우에서부터 미국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영국성공회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 피해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그 충격이 일파만파로 퍼진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15년 전 여성 언론인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자 사퇴했다. 사직서에 “과거에 내가 우리가 군에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미국 원로배우 더스틴 호프먼은 32년 전 영화 촬영장에서 인턴으로 일한 17세 여고생을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즉각 사과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휠체어에 앉아서도 여배우의 몸을 만졌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남성들이 먼저 과거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내가 그랬다(#IDidThat)’ 캠페인까지 나온다.
성범죄는 피해 여성이 세상에 낙인찍힐까봐 두려워 침묵한다는 게 특징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제 여성들이 이런 편견을 깨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이 시대가 방탕한 남성들에게 던지는 엄중한 경고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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