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더불어 가는 다문화 교육] "말 통하는 멘토 언니 덕에 한국 적응 도움"

입력 : 2017-11-02 19:36:44 수정 : 2017-11-02 21:30: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다문화학생 멘토링사업 효과 만점 / 필리핀 다문화 소녀 17세 크지아 / 이예지씨 만나 학습·학교생활 상담 / "열심히 공부해 비즈니스우먼 될래요"
지난달 24일 오후 4시쯤 서울 관악구 남서울중학교의 한 교실. 하교종이 울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을 입은 검은 피부의 한 소녀가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예지(21·여)씨를 보자마자 소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내 둘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날 이들은 수학 문제풀이부터 학교에서 있었던 일, 가족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소곤거렸다. 영어가 중간중간 섞였지만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여서 자세한 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소녀의 이름은 키레이 크지아 페이스(17). 이씨나 학교 친구들은 그냥 크지아라고 부른다. 필리핀에서 할머니와 살던 크지아는 지난해 3월 먼저 한국에 와 있던 부모를 따라왔다. 부모와 함께 살게 됐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학교 3학년인 크지아는 한국어를 아직 잘 못할뿐더러 영어도 서투르다. 그런 그에게 ‘말이 통하는’ 이씨는 친언니 같은 존재다.

필리핀에서 온 키레이 크지아 페이스(17·왼쪽)와 멘토 이예지(21)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관악구 남서울중학교의 한 교실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불가리아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난해까지 필리핀에서 살다 왔다. 크지아와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한국장학재단, 한국외국어대가 올해 초 중도 입국·외국인 가정 학생들을 국내 대학생과 이어주는 멘토링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 남서울중에서 만나 1∼2시간씩 대화를 나눈다. 이씨는 주로 크지아의 숙제를 도와주고 학교생활이나 가족에 관한 고민을 들어준다.

크지아는 이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크지아가 아무 말도 안 할 줄 알고 걱정했는데, 내가 타갈로그어를 하자마자 마음속 깊은 부분까지 다 털어놓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크지아는 “한국에 와서 가족이나 필리핀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해 준다고 생각해 무척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필리핀에 계신 할머니가 그립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타갈로그어와 영어, 한국어 3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다문화 학생 멘토링 사업으로 한국외국어대생 72명이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에서 온 학생과 멘토·멘티관계로 맺어져 있다. 한국외국어대보다 먼저 멘토링 사업을 시작한 서울교대에는 대학생 멘토만 193명이 있다.

교육당국은 올해 서울에서 시작한 이 사업을 각 지역 대학의 외국어문계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서울 남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양현철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이예지씨와 크지아의 사례는 멘토링 사업이 다문화 학생의 한국 적응에 도움을 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