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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가는 다문화 교육] 다문화·일반 학생 통합교육… "편견 사라지고 단짝 됐어요"

입력 : 2017-11-02 19:36:41 수정 : 2017-11-02 21: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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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일렁이는 변화의 조짐 / '다문화 중점학교' 서울 대림중 가보니 / 전교생의 18%인 90명이 다문화 출신 / 동아리·방과후 수업… 차별없이 '함께' / 다문화 학생은 한국말 늘고 적응 수월 / 일반 학생은 선입견 깨게 돼 '일석이조' / 학부모 교류도 활발… 교육 등 고민 나눠 / "국내서 나고 자란 다문화 학생 많아져 / 서로 다름 인정하는 인식 개선 중요" “꽃보다 친구?” “널 사랑해서 잊을 수가 없다!”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학교 교실. 어울림동아리 캘리그래피반 곽이현 방과후 강사가 “오늘은 ‘꽃’이 주제예요. 자유롭게 예쁜 작품 만들어 보세요”라고 말하자 빙 둘러앉아 있던 7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냈다.

2학년 민수련(17) 양이 웃으며 같은 반 김서경(14) 양에게 ‘꽃보다 친구’라고 속삭이자 서경이가 장난기 머금은 표정으로 “네가 너무 좋아서 늘 생각하게 돼”라고 대꾸한다. 둘은 1학년 때부터 단짝이다. 수련이가 중국에서 중도입국했을 때 서경이가 ‘다문화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베풀고 살라는 부모 말씀에 용기를 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같이 수업을 듣고 체험·봉사활동을 하고 세계문화이해반 동아리를 하면서 이제는 하교 후, 주말, 방학에도 자주 어울리는 사이가 됐다.

서울 대림중학교 방과후 어울림동아리 캘리그래피반 학생들이 꽃을 주제로 한 작품을 양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곽이현 강사, 민수련, 김서경, 박선희, 노정임 교사, 이영미, 강수미, 방민재 학생이다.
하상윤 기자
수련이는 “낯선 땅에서 말은 안 통하고, 수업은 못 따라가겠고, 이야기할 친구는 없었는데 서경이가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서경이는 “수련이를 처음 봤을 때는 말을 엄청 느리게 해서 알아듣지 못했는데, 지금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알아차리는 사이”라고 자랑이다.

캘리그래피반에 가입한 학생은 다문화 4명, 일반 4명으로 반반씩 섞여 있다. 노정임(48) 다문화 담당 교사(역사과)의 ‘물밑작업’의 결과다. 동아리뿐만이 아니다. 대림중은 전교생의 18%인 90명이 다문화 가정 출신인 다문화 예비·중점학교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집중교육이 필요한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웬만한 교과수업과 방과후 수업, 체험활동, 심지어 생활·심리상담에 있어 다문화와 일반 학생을 구분하지 않는다. 다문화 학생만 대상으로 한 분리 교육·체험프로그램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아서였다.

노 교사는 “다문화 아이들은 아무래도 표시가 나니까 참여를 꺼리고 일반 아이들도 ‘역차별’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대림중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들 간 만남도 자주 주선한다. 노 교사는 최근 일반 학부모 6명, 다문화 학부모 3명과 인사동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쌈지길도 구경했다. 예비학교 학부모들을 위한 ‘어머니부’에서는 인근 태권도 학원 관장의 도움을 받아 한국문화 체험 및 자녀교육·고민 상담 기회를 가졌다.

노 교사는 “다문화 부모님들은 물론 함께한 한국 부모님들 역시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말씀을 해줘 내심 뿌듯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통합교육의 효과는 일단 낯선 환경과 문화, 언어에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아이들 표정을 한결 밝게 만들었다. 바로 직전 같은 교실에서 강복자(48) 이중언어 강사로부터 한국어를 배웠던 예비학생 김추영(16) 양은 “지난 3월 한국에 왔을 때는 말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도 보기 힘들어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외할머니한테 돌아가고 싶었다”며 “지금은 (다문화 도우미) 지연이가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기말시험도 도와줘 한국 생활이 즐겁다”고 빙그레 웃었다.

일반 학생들이 더 이상 색안경을 끼고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도 통합교육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다. 캘리그래피 동아리 강수미(14) 양은 “수련이는 글도 잘 쓰고 글씨도 예쁘게 쓴다”며 “쉬는 시간이나 체험학습, 주말 동아리 활동 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잘 통하는 친언니 같다”고 말했다.

곽이현 강사는 “중국계 아이들의 아이디어나 글씨 획을 보면 나조차 감탄할 정도”라며 “아이들이 다문화 학생들을 의식하긴 하는데, 그게 우열보다는 배려에 가깝다”고 전했다.

교육 효과도 상당하다. 다문화중점학교이자 다문화연구학교인 서울 금천구 문성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문성초등교 2∼6학년 학생들은 정규수업 중 4시간을 중국어로 배운다. 서울에 있는 ‘중국국제학교’인 셈이다.

이미경 문성초등교 교장은 “중국어 수업을 들은 학생의 65%, 학부모의 9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며 “일반 학생 전출은 지난해 36명에서 올해 11명으로 급감하고 전학을 문의하는 일반 학부모들 전화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물 건너 왔냐”, “너희 나라로 가” 등 다문화 학생을 겨냥한 놀림과 폭력은 여전하고 이들을 피해 학교를 옮기는 학생은 많다. 예전 단일민족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 일부는 보다 강력한 이민자 규제와 다문화 지원 정책 축소를 주장한다. 초·중·고교 다문화 담당은 교사들이 맡길 꺼리는 보직 중 하나다. 

최정재 서울 다문화교육지원단장(장안초등교 원로교사)은 “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다문화 가정”이라며 “같은 사회 구성원인 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준 충북도교육청 다문화전담코디네이터는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국내에서 태어나 자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다문화라는 이유로 어떠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들도 제각각의 성격과 재주, 능력을 갖고 있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노정임 교사로부터 통합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을 듣고 일어서는 데 벽에 붙어 있는 다문화반(예비학교) 급훈이 눈에 들어온다. ‘동행(同行) 동행(同幸)’. 같이 가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뜻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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