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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웃는 경제지표… 체감지수는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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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2 21:01:48 수정 : 2017-11-02 21: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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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되는 우리 경제지표들은 매우 좋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3%대는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4분기 제로(0%) 성장을 해도 3%가 된다. 역사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세 차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큰 위기가 없는 한 3%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15, 2016년 연속 2.8%를 나타내면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3% 성장 전망은 반가운 소식이다.

증시도 주목할 만하다.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사상 처음 종가기준으로 2500을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5년 넘게 아래로는 1700대, 위로는 2200대 사이에서 갇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 불렸다. 그러다 올해 들어 기업 실적 향상에 힘입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말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그런데 생기는 질문이 있다. 사람들은 궁금하다. 경제가 3% 성장한다는데 왜 내 월급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지, 코스피가 계속 상승한다는데 왜 나의 투자수익률은 그저 그런지. 그리고 내 생활은 국가경제 발전과 함께 나아질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 집중됐다는 데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수출이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수출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정보기술(IT)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기업 실적이 좋아지니 주가도 오른다.

그러나 수출로 번 돈이 중소기업 실적 개선과 고용 증가로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과거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공신화’도 드물어졌다.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그대로니 가계 소득 증가, 지출 확대가 더딜 수밖에 없다. 또 상승장에서 서민들이 수익을 낸다 해도 돈 있는 투자자들이 잘나가는 대장주에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수익만은 못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성장과 고용을 잇는 통로가 매우 좁아진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속에서 나타난 불공정한 관계 형성, 경직된 노동구조 등이 이렇게 만들었다. 이 문제는 오랜 시간 지적돼 왔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수출이 확대되고, 우리나라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응원해야 할 일이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우리 현재는 훨씬 더 암울했을 것이다. 잘하는 기업은 더 번영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민해야 할 일은 통로 복원이다.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가 오래되면 될수록 성장 흐름에 섞이지 못하는 다수의 박탈감과 분노는 더 커진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왜곡된 구조들을 개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처방이 되길 기대한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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