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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기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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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1 23:13:32 수정 : 2017-11-01 23: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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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럼프 방한 때 신뢰 쌓아 최대한 실익 얻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을 놓고 주화론과 주전론이 충돌하고 있다. 대북 군사옵션은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참사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게 주화론자의 주장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이고 북한에 군사행동을 단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전론을 펴는 인사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군사옵션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내 주화론자들의 요구를 호락호락 들어줄 리 만무하다. 만약 북한이 지상에서 7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발사하면 트럼프의 주전론을 억누르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시간은 주화론자의 편이 결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7∼8일 한국 방문은 그의 대북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럭비공이어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가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튀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기자와 만나 “올 연말이 북한 문제의 분수령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올 연말 이전에는 어느 쪽이든 최종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대북 선제타격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 갈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전론을 펴지만, 그가 진짜로 북한과 전쟁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게 미국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주전론으로 북한을 대하지 않고 주화론을 내세우면 북한에 돈만 퍼주던 역대 미국 전임 정부들의 실책을 반복하게 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은 한마디로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판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으려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정권이 위기를 극대화해서 양보를 얻어내는 벼랑끝 전술로 재미를 보려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 더 위태로운 지경까지 치닫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김정은 치킨게임에서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아 끝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북·미관계가 파국을 맞았을 때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과제도 한반도에서 제2의 전쟁을 막는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워싱턴 외교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껄끄러운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두 지도자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한국이 떠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싫든 좋든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꽉 잡아야 한다.

미국의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1999년 10월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바라는 트럼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트럼프를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광’으로 보거나 ‘사이코패스’로 깎아내리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를 쌓은 다음 그의 속내를 꿰뚫고, 한국이 원하는 쪽으로 그를 끌고 가는 ‘협상의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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