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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칼럼]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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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9 23:20:47 수정 : 2017-10-29 2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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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핵독점 시대가 시작된 이상 / 이제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 /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추진으로 / 中·러가 북핵 해법 모색하게 해야 북한이 6차 핵실험, 중거리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사활적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다.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앞세워 한국영토를 침공하려고 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미국본토에 대한 핵보복 공격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다수의 한국 국민이 우려한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동원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불안을 충분히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북핵 위협으로 인한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 방안이 바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다.

이미 서울과 워싱턴에서 북핵 해결방안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의 득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몇몇 야당 정치인과 전문가들, 미국에서 소수 여당 인사들이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58년부터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1991년 부시 행정부가 구소련에 대한 일방적 핵폐기정책을 시행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철수할 때까지 전술핵은 북한의 재침을 억제하는 확장억지의 핵심자산이었다.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의 목적은 북한정권이 남침할 경우 초기에 핵공격으로 완전히 제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소련과 중국을 견제해 패권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동맹국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한 핵전략의 일환이었다. 전술핵을 한반도에서 철수했을 때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핵무기 관리 위험, 즉 구소련에서 외부로 핵무기가 유출되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구소련이 불필요한 핵탄두 수를 대폭 줄이도록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이 전술핵 배치를 다시 고려하게 된다면 이는 북핵 해결을 위한 해법일 뿐만 아니라 향후 미·중 패권경쟁, 미·러 핵평형 유지 등 전반적 핵전략 차원에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되어질 사안이 아니다. 다만 미국정부가 북핵 해법을 위한 중국, 러시아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 민감하게 대응한 중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결코 반길 리가 없다. 그럴수록 한·미동맹이 북핵 해결 시 전술핵 재배치 결정을 번복할 것이라는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를 내세울 경우 중국이 재배치를 수용하기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주호주 대사
사실 재배치 문제에 더 민감한 쪽은 한국정부다. 우리가 재배치 결정에 참여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중, 한·러 관계의 경색은 불 보듯 뻔하다. 사드로 인한 타격이 채 회복되기 전에 양국 관계는 악화될 게 틀림없다. 게다가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될 경우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사드 체계보다 더 세련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술핵의 운용계획 등에 한국군이 효율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더 늦춰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비용을 현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반대 논리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자동 폐기였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독점 시대가 시작된 이상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 한·미동맹이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합의해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핵 해법을 스스로 모색하게 유인해야 한다. 설혹 중국, 러시아가 북핵 해결에 능동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미국 핵우산 공약에 대한 신뢰도는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물 건너 간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대한 전향적 시각이 필요한 때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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