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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담긴 천재성과 어리석음

입력 : 2017-10-28 03:00:00 수정 : 2017-10-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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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천재성 개념 정립부터 / 시대 따라 어떻게 변화했나 추적 / 문명의 창조와 몰락?부패와 탐욕 / 인간의 어리석음이 한 축 담당 / 역사적 교훈 미래에 경계 삼기를
대린 M. 맥마흔 지음/추선영 옮김/시공사/2만4000원
천재성에 대하여/대린 M. 맥마흔 지음/추선영 옮김/시공사/2만4000원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제임스 F. 웰스 지음/박수철 옮김/이야기가있는집/1만8000원


역사는 여러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는 다면적 학문이다. 특정시대나 문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간 인류 역사는 서양의 지성발달과정을 어리석음에 대한 진보적인 지력(知力)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의 어리석은 판단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인간의 역사는 천재성의 역사일까, 어리석은 판단의 연속일까.

인류 역사의 천재성과 어리석음을 연구한 두 책이 나란히 출시됐다. 신간 ‘천재성에 대하여’와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 그대로 천재성과 어리석음이 인류 역사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살펴본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린 M 맥마흔은 ‘천재에 대하여’를 통해 천재와 천재성의 개념이 어떻게 정립되어 왔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델포이 신전에서 ‘모든 사람 중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았던 소크라테스에 의해 천재의 어원인 ‘게니우스’(genius)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시기 게니우스는 지금과 같은 천재의 의미와 달리 인간을 신성한 존재에게 연결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천재를 종교적인 의미와 결부시켜 인식한 것이다.

신성이 아닌 특별한 창조력이나 통찰력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서의 천재의 개념은 18세기 계몽주의와 함께 수용되기 시작한다. 근대적인 천재의 개념을 상징하는 모차르트와 뉴턴, 칸트와 같은 인물들이 이 시기 등장한다.

천재와 천재성에 대한 인식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는다. 나폴레옹은 낭만주의 시대 천재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제시된다. 20세기 들어서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천재 숭배를 도구로 사용했다. 히틀러라는 천재를 숭배한 나치가 그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이 대척점에는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 존재한다.

저자는 히틀러가 역사에서 천재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본다. 천재에 대한 일방적인 숭배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한 사람의 머리보다 여러 사람이 낫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도 생겨났다. 저자는 과거와 같은 성스러운 존재로서의 천재는 더 이상 등장하기 어렵지만 “위대한 존재는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제임스 F. 웰스 지음/박수철 옮김/이야기가있는집/1만8000원
반면 제임스 F 웰스는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에서 인류 역사가 인간 어리석음의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어리석음은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스키마’(schema)에 의해 발현된다. 저자는 인간이 좋은 스키마를 쓸데없이 변형시켜 파괴하거나 자신이 해를 입으면서까지 나쁜 스키마를 고집하는 것을 ‘어리석음’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그리스적 사고의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단순한 합리적 체계를 선호한 나머지 복잡한 인간적 상황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그리스인들은 추상 세계로 도피해 현실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그 결과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저자는 미국과 로마의 유사점을 지목하며, 시대가 흘러도 같은 어리석음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의식적인 계획이나 비전 없이 세계를 지배하는 지위에 올랐다는 점이 로마와의 유사점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면서 “로마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은 영토 팽창주의와 군국주의, 물질주의가 가져올 사회적·영적 결과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로마인들처럼 미국인들도 일확천금과 투기를 즐겼으며,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과거와 달리 오늘날 어리석음에 대한 비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을 연구함으로써 미래에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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