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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계산원은 서 있는 게 당연?”… 외면당하는 노동자 고통

입력 : 2017-10-28 03:00:00 수정 : 2017-10-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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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메싱 지음/김인아 외 옮김/동녘/1만6500원
보이지 않는 고통/캐런 메싱 지음/김인아 외 옮김/동녘/1만6500원


흔히 마트에서 일하는 계산원들이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들이 서서 일하는 동안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이는 마트 계산원의 고통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닌,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캐런 메싱 캐나다 퀘벡대 명예교수는 신간 ‘보이지 않는 고통’에서 이러한 공감 능력의 부재가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37년간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연구해 온 메싱은 회고록 성격의 책에서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마트 계산원이 서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 서서 인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공감격차’라고 부른다. 저자는 “과학자나 정책 결정권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과학자들조차 이런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과학자들 대부분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업주와 과학자, 행정가들이 노동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여러 노동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뛰어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한다.

근골격계 질환인 외상과염은 흔히 ‘테니스 엘보’로 불린다. 테니스를 두시간쯤 친 사람에게 테니스 엘보를 흔쾌히 진단하는 의사라도 반 년간 주당 50시간씩 전선을 잡아당기고 벗겨내는 공장 근로자들이 정확히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일부 과학자들은 노동자들의 통증에 대해 극히 회의적”이라며 “그들은 테니스 치고 박물관에 가기 때문에 테니스 엘보와 박물관 피로는 이해하지만, 반복적인 육체노동 경험은 거의 없어 전선 피복을 벗겨내는 노동자들의 문제에 공감할 수 없고 그들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공감이 과학자에게 높게 평가되는 특성은 아닌 것 같다”면서 “과학자들은 노동자에게 귀 기울이라고 배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도록 훈련받는 과학자들은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판단을 유보한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기준으로 제시되는 5% 이상의 가능성이 없으면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순수과학과 달리 보건과학의 모호함과 판단 유보는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악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서서 일하는 마트 계산원이 당장 눈에 띄는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훗날 노화현상과 장시간 서서 생기는 증상을 명백히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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