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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의우주여행] 중력파가 우주의 역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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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6 21:22:20 수정 : 2017-10-26 21: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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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170817',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 알려 / "우주 관측, 무성 영화서 유성 영화 시대로"
17일 국제중력파연구팀은 올여름에 관측된 중력파 신호 GW170817의 자료를 전 세계 언론에 공개했다. 8월 17일 중력파가 감지된 후 수천 명의 천문학자가 7대륙 70개가 넘는 천문대와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이 신호의 출처를 찾아냈다. 감마선부터 전파까지 모든 영역의 빛과 중력파까지 이용해 한 대상을 관측한 것이다. 이번 관측은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중력과 중력파는 다르다. 트램펄린 위에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그 자리가 움푹 내려앉는다. 볼링공의 무게(질량)로 휘어진 트램펄린이 바로 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하지만 트램펄린 위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무게의 변화로 인해 한동안 흔들릴 것이다. 이 흔들림이 바로 중력파이다. 즉 질량에 변화가 생겼을 때 시공간을 요동치는 게 만드는 파동이 중력파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된 세 명의 과학자는 2015년에 최초로 중력파를 발견한 이들이다. 이때 발견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수십 배나 되는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구에서 무려 13억 광년이나 먼 곳이었기에 직접 빛으로 그 모습을 관측할 수는 없었다.

GW170817은 블랙홀보다 가벼운 중성자별이 충돌한 것이다. 충돌한 지점은 지구에서 1억3000만 광년으로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광학망원경으로도 충분히 관측할 수 있는 거리다. 이번 관측을 통해 중력파가 이론대로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중력파가 감지되고 2초 만에 우주망원경이 같은 지점에서 감마선폭발을 감지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지상망원경이 폭발 장면을 관측했다.

감마선폭발의 원인도 밝혀졌다. 평균 하루에 한두 번 이상 관측되는 감마선폭발은 엄청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번 관측을 통해 중성자별의 충돌과 같은 급격한 질량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 나온 빛을 분석한 결과 금이나 백금 같은 중금속이 다량으로 만들어진 것도 확인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중 수소와 헬륨은 우주탄생(빅뱅)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보다 무거운 원소 중 철까지는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번 관측을 통해 중성자별의 충돌 시에 중성자가 빠르게 합쳐지면서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확인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금이나 백금의 양은 지구 질량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빛에 의존해 우주를 관찰해왔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중 80% 이상은 빛을 내지 않는 암흑물질이다. 결코 빛만으로는 우주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천문학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주 관측 기술이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명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가 확인될 것이고, 그 자료로부터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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