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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탈원전 2라운드 공방을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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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4 21:00:12 수정 : 2017-10-24 21: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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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따로, 해몽 따로인 탈원전 로드맵
‘공포로 과학 이기겠다’고 덤벼서야
꿈보다 해몽이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탈원전·탈석탄·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와 관련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한 말이다.

국정지지율 70%를 오르내리는 임기 1년차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명실상부한 절대권력이다. 산천초목도 떨게 마련이다. 그 절대권력이 ‘탈원전’에 대못을 박았다. 정부가 동분서주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정부는 어제 신규 6기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14기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국내 원전을 대폭 감축하는 내용의 청사진을 확정했다. 기존 24기인 국내 원전은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준다고 한다. 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20일로 예정된 법적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장할 모양이다. 탈원전 결의를 십분 체감할 대목이다. 하지만 그 불굴의 의지와 추진에 감탄하기보다 눈살만 찌푸리게 된다. 왜? 꿈과 해몽이 따로 노는 감이 워낙 짙어서다.

이승현 편집인
문 대통령 발언을 해몽으로 치면 꿈에 해당하는 것은 공론화위의 권고이고, 그 핵심은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 결과다. 해몽이 과연 그것에 부합하나? 시민참여단은 19%포인트 격차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손을 들어줬다. 그런 결론의 근거로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 원전의 안전성, 전력 공급의 경제성 등이 제시됐다. 착각이나 오독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결론이다. 이것을 원전에 대한 부정으로 본다면 눈은 어둡고 지각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너그럽게 해석한다 해도 ‘탈원전 공감대’의 증거로 들이댈 여지는 없다.

물론 대통령은 눈이 어둡지 않다. 청와대 참모진도 마찬가지다. 공론화위 관계자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들은 지난주 다른 자료도 곁들여 내놓았다. 원전 축소 방향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하도록 시민참여단이 권고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였다. ‘원전 축소’는 53.2%, ‘원전 유지+확대’는 45.2%의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것을 꿈으로 간주하고 해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독창적이다.

왜 그런가. 착각·오독의 여지가 없는 것은 ‘건설 재개’라는 권고 내용만이 아니어서다. 무엇이 해몽을 할 꿈인가 하는 문제도 착각 혹은 오독의 여지가 없다. ‘건설 재개’ 권고 자체가 유일하게 해몽이 필요한 꿈인 것이다. 왜? 공론화위의 유일한 법적 근거는 7월 발효된 국무총리 훈령 제1조다. 그것에 따르면 공론화위 임무는 신고리 5·6호기에 관한 결론 도출이다.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은 그 임무에 의거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원전 편익을 인정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건설 재개’다. 여기에 살을 붙이고 말 게 없다.

문재인정부가 해몽의 대상일 수 없는 ‘원전 축소’ 설문 결과를 탈원전 공감대의 증거로 들이대는 것은 한마디로 어리석다. 수많은 합리적 반격에 몸통을 내주는 격이 될 따름이다. 원전 축소와 탈원전은 상이한 문제라는 난관부터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시민참여단도 13.3%만 ‘탈원전 정책 유지’를 선택한 것 아닌가. 왜 자승자박의 길로 달려가는지 모를 일이다. ‘탈원전 2라운드’ 공방을 그렇게도 원하는 것인가.

탈원전에는 미덕이 있다. 국민 불안을 덜어주는 미덕이다. 문재인정부가 이상한 해몽까지 불사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원전 문제, 다시 말해 전력 문제는 ‘불안 마케팅’만 생각해서는 안 될 사안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역 경제, 국민생활 수준, 국가 경쟁력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더욱이 값싸고 풍부한 전력은 남북 평화공존, 나아가 평화통일에 대비할 비장의 자산이기도 하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에서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작금의 기술 수준과 국내 여건으로 보면 갈 길이 멀다. ‘아니면 말고’식의 도박은 금물이다. 올바른 꿈, 올바른 해몽이 필요하다. ‘과학이 공포를 이겼다’는 박수가 쏟아진 뒤끝에 곧바로 ‘공포로 과학을 이기겠다’고 덤비는 것이 현명한지 거듭 자문해야 한다.

이승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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