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대부분 정치적으로 순탄치 못한 여생을 보냈다.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수난을 겪거나 감옥에 갔다.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극단적 사례도 있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면 활동이 가능한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이명박(MB) 2명뿐이다. 이들 역시 ‘적폐청산’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처지다.
국방부 특별조사위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전두환 정권이 정보기관 주도하의 위원회를 만들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온갖 적폐청산 TF를 설치해 전(前), 전전(前前) 정권 실정을 파헤쳤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MB를 고소·고발했다. 야당은 자살한 전직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까지 되살려 그 가족을 고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자유한국당은 어제 정부의 부처별 적폐청산 TF 구성과 관련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고발키로 했다. 여야가 과거사 전쟁에 집중하면서 올해 국정감사는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지지층과 비지지층을 가르며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벌써 취임사의 초심을 잊은 것인가. 국론 분열로 안보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적폐청산도 좋지만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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