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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손 달려도 사람 뽑기 겁난다”는 경영자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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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4 00:23:33 수정 : 2017-10-24 0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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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생산물량이 줄어도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신규 고용을 막고 있다”고 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30년간 자동차업계 경험담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덥석 고용하면 나중에 감당을 못 한다”면서 “당장 사람이 필요하다고 고용하면 일감이 줄었을 때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에 따르면 르노삼성이 소형SUV인 QM3를 수입해오는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한국과는 달리 인력 운용이 매우 탄력적이다. 이 공장은 생산량의 증감을 고려해 인근 발렌시아 공장과 인력을 교류한다. 일자리가 늘면 근로자의 아내까지 출근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돌아갈 정도다. 반면 한국의 일부 자동차공장에선 같은 회사 내 생산라인이 일감 부족으로 놀고 있어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쪽으로 인력을 이동시킬 수 없다. 한번 직원으로 채용하면 해고는 더더욱 어렵다.

노동의 과도한 경직성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누차 나왔다. 오죽했으면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씨가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망해봐야 정신차린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경고했겠는가. 그런데도 일자리 창출을 국정 1호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정부는 오히려 경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강성 귀족노조를 수술하기는커녕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성과자 해고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지침을 담은 양대 노동개혁 지침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빠르게 추진한 것도 그런 일환이다. 박 사장의 지적대로 퇴직 때까지 고용을 책임져야 하는 풍토라면 어떤 경영자라도 인력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지도부 등 노동계 인사 20여명을 만난다. 노동시간 단축, 성과연봉제 등 노동 현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깊은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노동계의 작은 이해에 매몰되면 경제성장과 고용이라는 더 큰 국익은 훼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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