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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한반도 주변 정세 제대로 읽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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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3 21:11:36 수정 : 2017-10-23 2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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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시아 순방 앞두고
中·日 동시에 강성 체제 출범
우리도 필요하면 목소리 키워
북핵해법 실마리 찾을 때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거의 동시에 권력 기반을 강화했다. 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둔 시점이다. 주변 강국들의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당분간 동북아 정세는 요동칠 것이다.

중국에선 시 주석 1인 독주 체제가 출범했다. 시 주석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보고에서 제시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은 당장(黨章·당헌)에 당의 지도사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시 주석은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상생에 기초한 ‘신형 국제관계’의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내 국수주의 풍조와 맞물려 한반도 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선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1강 체제가 확립됐다.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개헌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의 변신을 추진하면서 군국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 신뢰를 배경으로 북한 위협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중국과 일본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일대 각축전을 벌일 태세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다룰지 등 현안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는 목소리를 키울 것이고, 우리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5일부터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확약할 것이다. 이어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가 관심사다. 엊그제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핵비확산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은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한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태도를 질타하면서 북한엔 핵 포기 외의 대안이 없다고 경고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의 최대 이벤트는 미·중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대회를 마친 시 주석에게 북핵 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미·중 간 북핵 빅딜이 거론될지도 모른다. 강국들이 우리나라를 배제한 채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중국 명나라 말기에 후금과 싸우던 장수 주문욱은 ‘변사소기(邊事小記)’에 이렇게 적었다. “조선은 비록 약하지만 우리의 울타리다. 우리를 도와 오랑캐를 제압하기엔 부족하지만, 우리를 배반해 오랑캐에 보탬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조선을 포기해선 안 된다.” 지금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남북한을 보는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주변 강국들과의 외교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북핵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동북아 격변기에 우리 외교가 제 갈 길을 찾고 있는지 의문이다. 자칫하다간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되기 십상이다. 정부는 주변 강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가는지를 냉철하게 진단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을 세우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게 급선무다. 유성룡이 임진왜란 때의 일을 기록한 ‘징비록’에는 명나라 유격장군 심유경이 조선군 도원수 김명원에게 보낸 글이 담겨 있다. “‘한가할 때는 근본을 다스리고 급할 때는 보이는 것부터 다스린다’고 하는 말에 따라 평소에 훈련을 열심히 하고 때가 되면 적을 제압해야 할 터인데 귀국에서는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김명원의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그때와 매한가지인 것 같아 걱정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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