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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금감원] “책임은 안지고 권한만 누려” 금감원 불신 심각

입력 : 2017-10-23 21:51:33 수정 : 2017-10-23 2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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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추락한 신뢰도 / 자살보험금 약관 심사 후에 ‘지급 안해도 된다’ 했다가 번복 / 되레 보험사 기관경고 등 징계 / 문서없이 쓸쩍 말로 전달하고 / 문제 생기면 책임서 발빼는식 / “엄격한 윤리·소명의식 필요”
금융사들에 금융감독원은 어느 정도 두려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생명줄을 쥔 감독기관이니 불가피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불만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쥐고 있는 권한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불신은 금감원의 성과마저 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한 카드사의 해외결제수수료 인상을 놓고 ‘꼼수’ 행정지도 논란에 휩싸였다. 카드사가 금감원에 해외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하자 금감원이 ‘해외수수료는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약관을 무시하고 카드사가 직접 부담하라고 구두전달을 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후 “어떤 성격의 수수료인지 내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감독기관의 의중을 놓고 고민하던 카드사는 결국 직접 수수료 부담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왜 공문으로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았을까. 추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뢰의 위기’에 처한 금감원의 처지는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금융사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들에게서 금감원에 대한 믿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권한만 누리려 한다”는 불만이 꼬리를 물었다.

금감원의 신뢰가 추락하다 보니 금융소비자를 위한 지도·감독 행위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일단락된 자살보험금 사태가 그렇다. 금감원은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약관을 만들어 판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조치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금감원이 뚝심 있게 밀어붙여 금융소비자 권리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이 약관 심사에서 문제의 소지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끊이지 않는다.

한 생명보험회사 임원은 “금감원이 문제의 보험약관을 심사해 통과시킨 뒤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이슈화되니까 보험사에만 일부 영업정지 등 징계를 하고 본인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금감원이 감독기관의 권한만 챙겼지 실제로 공정한 감독기관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금감원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더 커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8·2 부동산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태도가 모호했다”면서 “사전에 상의없이 대책을 내놓은 뒤 세부내용은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측은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파해달라고 지시한 뒤 공문으로 달라고 하면 해주지 않는다”면서 “한마디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피감기관들은 금감원이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에 맞게 엄격한 기준과 직업윤리를 갖고 감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감원은 윤리의식이나 소명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언론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감독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사 임원은 “누구를 벌주기 위해서 감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염유섭·신동주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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