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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AI, 무시의 대상 넘어선 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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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3 21:08:31 수정 : 2017-10-23 21: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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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습관적으로 켠 음원 사이트. 오늘 날씨와 기분에 맞춘 노래를 선곡해 주더니, 평소 잘 듣는 음악을 분석해 선호할 만한 라디오 채널군을 안내했다. 점심시간엔 엄지족(손가락을 이용한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세대)답게 틈새 모바일·인터넷쇼핑에 나섰다. 무엇을 사든 ‘회원님이 좋아할 만한 상품’ 추천 기능을 활용하니 쇼핑시간은 대폭 절약됐다. 최근엔 체형과 옷 취향, 구매이력 등을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골라주는 의류 쇼핑몰까지 등장한 것을 봤다.

입이 딱 벌어지는 이 같은 서비스들의 중심엔 ‘인공지능(AI)’이 있다.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AI, 알파고 등은 우리 생활 곳곳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요즘 양대 포털과 통신사 등이 앞다퉈 내놓는 스피커 형태의 ‘AI 비서’를 집에 들여놓기라도 하면 이는 한발 더 가까운 현실이 된다. ‘헤이, 카카오!’라는 한 마디로 AI를 깨우면 대화, 날씨와 스케줄 통보, 음악 재생, 음식 주문, 메신저 보내기 등 비서가 할 법한 일을 척척 해낸다.

정지혜 산업부 기자
이렇게 장황하게 AI의 위대함을 설명했지만 그동안 AI를 내 삶에 너무 깊이 들이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나 자신은 분명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인데 시스템에 불과한 AI가 자유의지를 침해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계가 우리의 선택 영역을 자꾸 침범하면 인간은 점점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게으르고 나약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개개인의 미세한 취향과 의도까지 챙기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불신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이 같은 사고방식을 돌아보게 된 일이 있었는데 전적으로 ‘구글 AI’의 활약 덕분이었다. 스마트폰 용량 문제로 구글의 클라우드 사진 저장 서비스 ‘구글포토’를 사용 중인데 여기에 탑재된 AI가 만들어 준 사진에 크게 놀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 A와 한 식당에서 찍은 사진이 저장되자 AI는 수개월 전에도 A와 비슷한 구도와 내용으로 찍은 사진을 불러냈다. 그리고 이 두 사진을 함께 배치해 ‘그때 그리고 지금’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사진을 만들어 내민 것이다.

한참 전의 사진을 우연히 다시 보니 반가웠다. AI가 아니었다면 웹하드에 방치한 채 잊었을지 모르는 추억의 재생산이었다. 페이스북에 이미 ‘○년 전 오늘’이라는 게시물 회상 기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구글포토의 경우 현재 사진과 매치해 창조적인 스토리텔링을 해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제목과 합성사진 그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주제와 소재를 던져준 것이 아닌가. A와 나는 “매번 일일이 사진을 고르고 주제를 잡아 업로드하기도 번거로운데 구글포토에 인스타그램 관리를 맡겨도 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마 우리의 이런 놀라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란 생각에 이르자 재차 경외심이 들었다. AI도 대단하지만 그런 AI를 만들어 낸 인간에게도 찬사를 보내자. AI가 인간의 자주성과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단편적 사고는 이제 어리석어 보인다. 이렇게 된 이상 AI와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만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리란 결론에 이르렀다.

정지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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