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천양희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

새들이 언제 허공에 길 있다고 발자국 남기겠습니까

바람이 언제 정처 없다고 머물겠습니까

강물이 언제 바쁘다고 거슬러 오르겠습니까

벼들이 언제 익었다고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해 지는 줄 모르고 팽이를 돌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아이들 어깨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진장 좋은 날입니다


원은희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다.
어쩜 저리 해맑은 얼굴을 내밀고 있는지.
아이들이 작은 꽃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팽이를 돌리고 있고,
아이들 곁에는 자잘한 꽃들이 바람을 맞으며 오순도순 앉아 있다.
작은 꽃들이, 바람이, 강물이 다툼 없이 어우러진다.
햇살을 어깨에 얹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물 너머,
들판 가득 누렇게 익은 벼들 너머,
밥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꿈결같이 들려온다.
갑자기 새 서너 마리가 하늘에 사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순간 하늘에 펼쳐놓은 나의 유년의 아이들이, 작은 꽃들이, 초가집이,
강물이, 고개 숙인 벼들이,
돌고 있던 팽이가,
엄마의 목소리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래도 오늘은 무진장 좋은 날이다.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