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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카탈루냐 '강대강' 대치…스페인 내란 위기 치닫나

입력 : 2017-10-22 20:30:39 수정 : 2017-10-22 1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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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정부 해산 결정… 분리 독립 공방 2라운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스페인의 국가적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수십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양측이 ‘헌법 155조’의 스페인 의회 통과까지 앞으로 일주일간 극적 타협을 못 이루면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내란 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유를 달라”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21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헌법 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향후 6개월 내에 선거를 실시해 새 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과 각 부처 장관들을 몰아내고 새 지방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중앙정부에서 이 지역을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 지역의 법치를 회복하고 경제활동과 공공서비스를 보장하는 한편, 시민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

1978년 제정된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에 불복종하거나 헌법을 위반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중앙정부가 해산과 자치경찰 장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7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스페인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치권 박탈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돼온 헌법 155조를 발동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항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발동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스페인 정계에서 ‘핵 옵션’으로 불려왔다.

헌법 155조 발동이 실제 효력을 가지려면 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스페인 정부는 155조 발동안을 상원에 제출하고, 상원은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스페인 상원은 집권 국민당(PP)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데다 사회당 등 주요 야당도 카탈루냐 자치 중단에 동의하는 입장이어서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호이 총리가 그래도 대화 의지를 내비쳤고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양측이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면 헌법 155조 발동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양측이 끝내 대화를 거부하면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라호이 총리는 단지 자치정부 수반 및 행정 각료들을 축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보, 예산, 전기통신, 방송 등 공공 분야 전반에 대한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지데몬 수반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TV 연설에서 “(스페인 정부의 결정은) 1939∼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면서 “불법적인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자치의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지데몬 수반이 카탈루냐 독립을 전격 선언하고 새 공화국 구성을 위한 선거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히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스페인 사법당국은 최고 30년형이 가능한 반란죄를 적용해 푸지데몬 수반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오후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푸지데몬 수반을 포함한 카탈루냐 주민 45만명이 모여 “자유”, “독립” 등을 외치고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며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항의했다. 카탈루냐의 지역단위 활동가들의 연합체인 ‘주민투표사수위원회’(CDR)는 평화적인 ‘시민 불복종 캠페인’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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