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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들녘에 나가보면 가을걷이한 벼가 곳곳에서 차도를 점령하고 있다. 농로도 마찬가지이다. 길을 헤매다보면 목줄 풀린 중대형 개들과 맞닥뜨리기 십상이다.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튀어나와 덤벼든다. 벼도둑을 지키라고 풀어놓은 것인데 행락객인지 도둑인지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은 애지중지한다.

1000만 견주시대가 열리면서 애완 동물이 가정의 중심을 차지했다. ×개라는 말은 사라지고 애완견 지위도 부족해 반려견으로 위상이 강화됐다. 신발에다 조끼를 갖춰 입히고 염색까지 해준다. 미국 전임 대통령이 애완견을 이미지빌딩에 이용하자 청와대도 따라 했다. 그렇지만 휴가철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북한산에는 유기견이 떼지어 다닌다. 인간의 호사와 책임의식 간 괴리에서 발생한 비극이다.

큰 비극은 종종 엉뚱한 데서 터져나온다. 지난 3일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배우인 최시원 가족이 키우는 프렌치불독이 한일관 대표를 물어 숨지게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박쥐귀를 가진 개’가 사람에게 덤벼드는 폐쇄회로TV 장면이 공개됐다. 그러자 개를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배우 한고은이 반발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개가 무슨 죄냐는 거다.

개에게 죄를 묻지 못한다면 견주가 책임을 지면 된다. 미국은 애완견이 사고를 낼 경우 견주를 1000달러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한다. 영국은 사망사고 견주에 대해 최장 14년까지 징역형을 내린다. 우리는 목줄 매지 않았을 경우 50만원 이하 과태료가 고작이다. 단속도 없다. 회초리가 없으니 의식조차 개선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사망사고를 낸 개를 어찌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사람도 사람을 죽일 경우 극형을 내리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문제는 호사에 따르는 책임 있는 행동을 외면하려는 견주들의 의식이다. 비닐 봉지와 장갑을 필수지참물로 챙기는 견주들을 보면 가상하다. 그렇지만 개의 ‘인권’ 보호를 앞세워 목줄이나 입마개를 외면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차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개가 사람에게 덤벼든 사고가 1000건 이상 발생했는데도 말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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