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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동남아로 기회 찾아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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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2 23:11:33 수정 : 2017-10-22 1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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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기업도 사드보복에 中서 / 필리핀·베트남 등으로 시선 돌려 / 文 대통령 11월 동남아 첫 순방 / ‘신남방정책’ 펼칠지 뜨거운 관심 “필리핀은 기회의 땅이다. 현지에 살면서 사업 조사도 마쳤으니 곧 가족 모두와 함께 필리핀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 보려 한다.”

7개월 전 필리핀으로 향할 때 조촐하게 송별회를 했던 친한 친구가 얼마 전 잠시 귀국해서 한 말이다. 대기업 간부로 있다가 자발적으로 은퇴한 그는 필리핀으로 이주해 사업을 하면서 인생 이모작을 하기로 했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캐나다는 물론 청정의 대자연을 자랑하는 호주, 뉴질랜드도 아니고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이민이라서 다소 의아하게 여겼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시장도 커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그에게는 걱정보다는 희망의 눈빛이 가득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반평생 사업을 해온 한 지인도 “이제 중국에서는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안 나오니 인도네시아로, 베트남으로 떠났거나, 머지않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올해도 다녀왔고 앞으로도 매년 몇 차례 베트남 시장을 둘러보려 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일찌감치 중국행을 결정하고 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힘들어하면서도 버티는 쪽이었다. 하지만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그가 이제 시선을 베트남으로 돌리며 ‘탈중국’(脫中國)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비단 개인뿐이랴. 사드보복으로 중국 내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국내 유통기업들이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낮은 중국에서 19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시장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증권업계도 베트남 시장에서 터전을 넓히는 등 동남아 진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투자 자금은 모이는데 국내 투자처가 넓지 않고 수익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미래 시장을 찾으려는 이런 노력들은 주요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모·사모를 합친 해외투자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이미 12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에 국경은 없다.

이미 41개국 184개에 달하는 해외점포가 활약하는 은행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 현지 수탁업무를 시작한 시중은행도 얼마 전 탄생했다. 카드사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국내 영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연 6%대 성장하며 지급결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창하게 시장을 개척한다고 했지만 기대와 달리 증권사의 해외점포 성적표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해외점포(현지법인)는 54억원 적자를 봤다. 그나마 적자폭이 과거보다 줄어들었고 동남아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 정도다. 은행권은 증권업계보다는 상황이 낫다. 올 상반기 국내은행 해외점포(41개국에 184개)의 당기순이익은 4억6120만달러였다. 이는 올 상반기 국내은행 총 당기순이익(8조1000억원)의 6.5%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은행권 역시 장래 동남아 점포의 성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인도 기업도 미래 생활 터전 마련을 위해 생사를 걸고 분투하는 동남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먼 이웃이 아니다. 법무부 발표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결혼이민 비자로 한국에 머무는 여성(10만1204명) 가운데 베트남 출신이 3만7602명(37.1%)으로 가장 많았다. 필리핀 출신도 1만564명(10.4%)에 이른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한국군 내 ‘다문화 병사’도 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동남아에서 한국의 주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8일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순방에 나선다. 동남아를 처음 순방하는 문 대통령이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동남아와 상생할 ‘신(新)남방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뜨겁다. 동남아 활로에 대한 기대도 자못 크다. 아무쪼록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동남아에서 새 삶을 살려는 모든 이들의 성공과 평안을 기원한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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