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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 SDGs] 뉴욕이 놀란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이청청

입력 : 2017-10-23 10:00:00 수정 : 2023-11-12 1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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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의 쇼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청청 디자이너.

 

한해 동안 패션과 유행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으로 각국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를 꼽을 수 있다. 특별히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의 그것은 ‘세계 4대 패션 위크’로 불리며 지구촌의 유행을 주도한다. 그 중에서도 뉴욕 패션 위크(New York Fashion Week)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감각적인 연출로 관련 산업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8일 개최된 뉴욕 패션 위크의 ’S/S(봄/여름) 2018’에서는 한국 디자이너 이청청의 ‘라이’(LIE) 패션쇼가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맨해튼에서 열린 ‘콘셉트 코리아 S/S 2018’의 일환이었지만,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가 뉴욕 패션 위크 무대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더군다나 이 쇼의 첫 모델은 세계적인 패션모델이자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Tesla)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어머니로도 유명한 메이 머스크(Maye Musk)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쇼 직후 전 세계 패션지에서 이 소식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을 정도다.

지난달 8일(현시지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션위크 '컨셉코리아 SS(봄·여름 ) 2018' 행사의 'LIE' 패션쇼 전 이청청 디자이너(왼쪽)와 세계적인 모델 메이 머스크(Maye Musk·가운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청청 디렉터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로도 알려졌지만, 친환경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도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한국에 돌아와서 곧바로 ‘서울 패션 위크 S/S 2018’ 무대를 선보인 그를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이번 서울 패션 위크에 참석한 UN지원SDGs한국협회의 강명아 부대표와 조성현 연구원이 진행하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명아(이하 강): LIE의 아이덴티티가 ‘Everyday wear luxury with a twist’(일상의 럭셔리함을 입는다)로 알고 있는데, ‘매일’과 ‘럭셔리’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미인지?

 

이청청(이하 이) : 라이의 타깃은 매우 폭넓다. 우리의 콘셉트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소화하면서 자기의 매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LIE는 Love(사랑), Identity(정체성), Ego(자아)의 앞자리를 따온 것이다. 여성 개개인의 사랑이나 자아 같이 각자를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을 바탕으로 일상적이지만 감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추구한다. 그리고 편안하고 단순한 옷이 아닌, 입고 싶은 옷, 이 옷을 입고 어딘가 가고 싶은 그런 관점을 추구한다. 럭셔리 분야보다는 알렉산더 왕 같은 디자이너 컨템포러리(Designer Contemporary) 영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 소비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쪽으로 지향하고자 한다. 

 

강: 극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은 사실 여전히 소비자가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최근 낮은 가격의 의류 브랜드인 ‘PRIMARK’(프리마크)가 유럽과 여러 나라를 휩쓸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몰린다. 유럽의 일부 사람들은 세탁비용을 걱정하여 검정 진(jean)만 입고다니기도 한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러한 저가 패션과 비교하여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 디자이너 브랜드는 비싸기도 하고 소화하기 어렵기도 한데, SPA(상품 제조, 유통을 한번에 하는 브랜드)나 패스트 패션(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서 유통시키는 브랜드)들이 멋을 낼 수 있으면서 좋은 소재를 입을 수 있는 소비자 욕구를 해소시켰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아래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힘들다. 또한 어딜 가나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 소비자들이 지쳐가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게 아니라 더 쉬운 방법으로 특색 있게 가야 한다. 사실 요즘 자라나 H&M 같은 SPA 브랜드의 품질이 너무 좋다. 그래서 저희 같은 디자이너들도 소비자가 구매 의욕이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들도 지나치게 낮은 가격보다는 디자인과 퀄리티에 대해 함께 소통하면 좋을 것 같다. 소비자들의 심미적인 부분도 갈수록 확대될 거라 보고 있다. 애플 ‘아이폰’도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그 디자인이 구매자들에게 높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는 제품들이 가격으로 승부를 겨루다가 이제는 오히려 디자인으로 승부를 겨루는 시대이다. 저가의 검정 진을 입더라도 거기서 약간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저마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링을 도와주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본다.

 

조성현(이하 조):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LIE의 2018년 봄·여름(SS)쇼 주제가 ‘Perfectly Imperfect’(완벽한 불완전함)다. 어떤 뜻인가?

 

이: 요즘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사회가 강요하고, 이에서 벗어나면 ‘다르다’는 느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저는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 서울대공원에 가서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는데, 벚꽃은 시기마다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필 때와 질 때, 흩날릴 때, 그리고 꽃망울로 있을 때조차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나이대에 따라 또는 개성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다르다. 획일적으로 하면 맞지 않다.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과 에너지, 당당함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션위크 중 `콘셉트 코리아 SS(봄·여름) 2018`의 `LIE` 패션쇼 직후 이청청 디자이너와 무대에 선 모델들이 함께하고 있다.

 

강: 패션과 옷, 의류 등이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패션 디자인뿐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발휘할 계획도 있는지?

 

이: 디자이너들은 사회적인 역할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션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 쇼의 화려한 색감을 보고 나서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창구를 이용해서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패션이 가진 메시지도 함께 보여주며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위크의 LIE 쇼 역시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이 대두되던 1980년대의 메시지와 느낌을 주기 위해 네온 컬러 등의 색감을 사용하였다.

 

강: 패션업계도 유엔에서 지정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구찌의 향후 10년 계획을 보면 ▲친환경 패션 지향 ▲양성평등 ▲소녀와 여성의 권리 강화 ▲모피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아디다스는 해양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신발을 만들고 있다. LIE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된 주제에서 영감을 활용할 계획이 있는지?

 

이: 당연히 SDGs는 패션에서도 굉장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LIE에서도 모피보다 되도록 페이크퍼(인조가죽)를 많이 쓰려 한다. 환경 오염과 자연 훼손을 덜하기 위해 소비자나 언론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자연적인 소재들은 항상 관심이 크다. 지난 패션쇼에서는 사막의 밤하늘을 모티브로 쓰기도 했다. 자연을 훼손하면 우리 다음 세대는 그 아름다움을 책에서만 보게 될 것이다. 슬로건 티나 패션쇼로 연계하거나 캠페인 식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배우라는 직함보다는 환경운동가를 더 선호한다. 배우와 디자이너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리더들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자랑한다. 유엔의 친선대사, 특별대표, 메신저 등도 대부분 셀럽(Celebrity)들이 많이 위촉된다. SDGs를 위한 특별한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이: 양성평등과 여성문제, 아이들 이슈에 관심이 많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 패션 분야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크다. 저는 모피를 완전 반대하지 않지만 가공방법을 다르게 한다든지, 식용 문화에 변화를 준다든지 하는 그런 부분은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SDGs의 목표에 맞는 여러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의복은 몸에 직접 입는 것이기 때문에 재료가 중요하다. 그래서 원단을 만들 때도 그리고 염색을 할 때도 신체에 더 건강하게, 그리고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으며 만들고 싶다. 또한 패션쇼나 다양한 캠페인을 계획하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넣어 여성문제와 아동문제에 사회적인 관심과 환기를 계속해서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로고를 들고 있는 이청청 디자이너(가운데)와 UN지원SDGs한국협회의 강명아 부대표(오른쪽), 조성현 연구원.

 

UN지원SDGs한국협회 강명아 부대표, 조성현 연구원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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