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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아빠가 운전하시는데 안전띠를 매지 않으셨어요!"

입력 : 2017-10-21 08:00:00 수정 : 2017-10-21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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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인근의 한 횡단보도.

4~5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이집 원생 10여명이 교사를 따라 오른손을 든 채 길을 건넜다. 지나던 시민들의 눈이 아이들에게 쏠렸다. 신호등이 없는 터라 주위 확인이 필수인데, 평소 교통질서를 잘 배운 덕분인지 아이들은 좌우를 살핀 후 조심스레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이들은 손들고 횡단보도 건넌 자기 모습을 먼 훗날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선다!’, 두 번째는 ‘본다!’, 세 번째는 ‘확인한다!’, 네 번째는 ‘손을 든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건넌다!’. 어린이 여러분 잘 아시겠죠?”

아이들이 “네!”하면서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눈빛이 빛났다. 화면에 비친 교육자료 화면과 강사를 따라 아이들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20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신천어린이교통공원이 시끌벅적하다.

시내 어린이집 두 곳이 참석한 교통질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4~5살 아이들이다. 수업은 약 30분에 걸친 실내 이론 강의와 작은 전기차를 타고 모형 도로를 둘러보는 야외 수업으로 구성된다.

조금 전 △ ‘선다’ △ ‘본다’ △ ‘확인한다’ △ ‘손을 든다’ △ ‘건넌다’는 안전한 횡단보도 건너기와 관련해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이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좌우를 보고, 차가 멈췄는지 확인한 뒤 손을 들고 길을 건넌다는 뜻이다. 온화한 인상을 지닌 강사는 “이 같은 원칙은 평생 지킬 수 있어야 해요”라며 아이들에게 잊지 말기를 신신당부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안전하게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어, 어, 왼쪽이랑 오른쪽을 살펴야 해요!” “손을 들고 건너야 해요! 그래야 안전해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20일 오전, 서울 신천어린이교통공원. 교통질서 수업에 참여한 시내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손을 든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아이 눈에 비친 주위 어른들 교통질서 수준은 어땠을까? 질서 지키지 않는 사람을 봐도 어리니 잘 모르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처음 보는 어른의 무질서 현장을 아이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아빠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셨어요! 운전하시는데도 말이에요.”

야외 수업 중 만난 5살 남자아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래서 아빠에게 뭐라고 말씀드렸어요?”라는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쑥스러운 듯 웃었다. 교통법규 준수하지 않은 아빠를 보며,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아, 나도 나중에 저래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이어진 유치원 수업에서도 어른의 무질서를 기억하는 6~7세 아이들 ‘증언’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형들이 빨간불인데도 길을 건넜어요.”

“천천히 살피며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어른들이 막 뛰어갔어요.”

“파란불이 켜져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오토바이가 ‘쌩’하고 지나갔어요. 무서웠어요.”

아이들의 답변을 들어보니, 나이만 어렸을 뿐 어른의 무질서를 대부분이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니까, 윗사람이라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는 어른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교통법규를 어기는 순간, 어딘가에서 아이의 눈이 당신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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