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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퇴락한 도심 재생 사람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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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1 14:00:00 수정 : 2017-10-2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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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현지인들의 삶이 궁금해”/ 자연풍광 찾던 관광 트렌드 다변화
“어디 가볼까?”

“영화 중경삼림에 나왔던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타고 소호거리 구경갈까?”

“지하철 타고 가면 될 것 같은데, 거기에 맛집도 있지 않을까?”

“검색해보니 미슐랭에 소개된 완탕집도 있고, 에그타르트도 유명하네.”

최근 가족 여행을 떠난 최모(36)씨는 여행지로 홍콩을 선택했다. 풍광이 멋진 동남아시아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유럽은 한 지역에 머물기보다 장거리 이동을 해야 돼 부담이 됐다. 반면 홍콩은 대중교통 이용해도 다양한 풍경을 담을 수 있고,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목적지까지 가는 대중교통 노선을 알 수 있고, 숙소와 맛집 등도 많이 있어 초등생 자녀와 함께하는 초행지지만 불편함이 덜했다.

여행 하면 으레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곳을 떠올린다. 여행지 선택의 기준을 알프스, 로키, 그랜드캐니언, 마추픽추 등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을 품은 곳으로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회가 다변화되고 소비자의 관광욕구가 변하면서 자연 풍광의 관광지 외에도 도시 관광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건물의 랜드마크화와 문화 페스티벌 확대, 쇠퇴해가는 도심 재개발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는 국내외 도시를 살펴본다.

창동예술촌
대전 대흥동에 있는 희나리 카페
◆명소 조성하는 세계의 도시들

프랑스 파리 12구에 위치한 4.7㎞ 길이의 세계 첫 공중공원 ‘프롬나드 플랑테’는 1859년에 개통돼 1969년까지 운행된 옛 ‘뱅센’ 고가 철길 위에 지어졌다. 운행 중단 후 수년간 방치돼 폐허로 전락했지만 1988년 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도심 속 휴식처로 새롭게 탄생했다. 프롬나드 플랑테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고가 철길의 옛 아치를 그대로 활용한 예술의 다리인 ‘르 비아뒥 데 자르’다. 공원 아래 위치한 ‘르 비아뒥 데 자르’는 지역예술가들의 공방,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등 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미국 뉴욕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의 ‘하이라인 파크’는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해 철거를 앞두고 있던 화물용 고가 철길을 다양한 디자인 설치물과 함께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뉴욕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개장한 서울역 고가보행길, ‘서울로 7017’의 롤모델이 하이라인 파크다. 하이라인 파크는 2009년 개장 이후 15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내셔널 비스킷 컴퍼니 공장 건물에 탄생한 뉴욕 첼시 마켓도 1997년에 재탄생한 뒤 꾸준히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 지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오픈 이후 고급 식료품과 도시적인 분위기로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내 푸드홀로 자리 잡았다. 한 해 600만여명이 찾는 이곳은 식당뿐만 아니라 서점, 주방용품 등 잡동사니 가게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여행사들도 여행객들의 수요에 맞춰 해외 도시 관광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일본 돗토리현 서쪽 끝에 위치한 사카이미나토시는 인구가 적고 어업을 주로 하는 작은 항구 도시였다. 1992년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로 ‘요괴마을’을 조성했고, 현재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사카이미나토시 인구는 약 3만3000명인데,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3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 마을 출신 유명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캐릭터를 활용했다. 요괴마을은 요괴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가장 유명하다. 사카이미나토역에서 시작해 800m가량 이어지며, 길에는 153개의 요괴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인터파크투어 등에서는 요괴마을 방문을 포함한 일본 도시 관광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예술촌, 카페거리로 변모하는 옛 도심

국내 지자체들도 텅 빈 공장을 예술가들에게 내주거나, 재생 사업 등을 통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서울 문래동은 공장들이 떠난 후 예술가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자 공장 지대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예술가가 모이면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여전히 1000여개 철공소가 있는 이곳에는 100여개 작업실에서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 중이다. 예술가들이 입주한 낡은 공장 건물 옥상마다 텃밭 겸 꽃밭이 들어서고, 그 옆으로 벽화와 철제 조형물이 자리 잡았다.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겼다.

경남 창원 마산 창동은 한때 경남에서 상권이 가장 번성한 곳이었다. ‘경남의 명동’으로 불리며 수많은 젊은이를 불러들였다. 2000년대 들어 신도시 창원으로 사람들이 몰리자 급격히 몰락했다. 도시 재생 사업을 시작한 2011년부터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에 둥지를 틀었고, 거리 풍경이 바뀌었다. 마산 출신 세계적 조각가 문신 선생을 재조명하는 ‘문신예술골목’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예술의 도시 마산을 증언하는 ‘마산예술흔적골목’이 조성됐다. 여기에 예술가의 창작 공간과 상가를 융합한 ‘에꼴드창동골목’이 더해졌다. 2012년 세 골목을 합해 ‘창동예술촌’ 간판을 달았다. 각종 공방과 아틀리에 유리창 너머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사람들은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산에 움막을 짓고, 깡통을 펴 지붕을 올렸다. 산동네에도 길이 필요했다. 1964년 10월 산동네를 연결하는 첫 산복도로가 열렸다. 산복도로를 이야기할 때 빠뜨리면 안 되는 곳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이다. 한동안 낙후된 시설로 주민이 빠져나갔지만, 지금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썰렁한 담장에 그림을 그리고, 골목 곳곳에 재미를 입힌 덕분이다.

광주 동구 동명동은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다. 마을을 감싸고 연결되는 푸른 숲길부터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 등이 소담스럽게 모였다. 동명동 일대는 한때 학원가로 명성이 높았고, 학부모들이 머물던 카페가 많았다. 최근에는 문화 공간과 이색 카페가 생기며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동명동 카페거리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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