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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실패란 성공을 위한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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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0 21:16:33 수정 : 2017-10-20 17: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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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게 다가온 실패는 한 인간을 바닥으로 내몰 수 있다.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곤란이나 심리적 고통 때문에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이 된 사람도 꽤 된다. 노숙인도 이전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었으나, 거리 생활로 인해 건강이나 인권의 취약지대에서 고통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솔로이스트’(감독 조 라이트)는 천재 음악가였지만, 폐쇄공포증으로 노숙인이 된 너새니얼(제이미 폭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가 바탕이 됐다고 한다.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기사가 필요했던 LA 타임스 기자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취재차 거리를 배회하던 중, 현이 2개밖에 남지 않은 고물 바이올린을 베토벤 동상 옆에서 연주하던 너새니얼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이 줄리아드 음대에 다녔다고 하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줄줄이 내뱉는 너새니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로페즈는 그에 대한 뒷조사를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사거리를 위한 취재에서 시작됐지만, 로페즈는 점차 그의 삶을 회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너새니얼은 자신이 모아놓은 낡아빠진 쓰레기 수레가 옆에 있지 않으면 안정이 안 되고, 무엇보다 폐쇄된 공간에서는 환청에 시달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이다. 워커홀릭이 돼 일상생활에 지쳐가던 로페즈는 너새니얼의 안타까운 사연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광기 어린 너새니얼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조차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천재의 고독과 불안감이 멋진 클래식과 어우러져 영화는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긴다.

우리 사회에도 사연은 각자 다르겠지만 노숙인이 된 사람의 숫자가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부도 이들을 위해 고용, 주거문제 등을 해결해주고자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절차상의 문제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심리적 문제까지 안고 있는 사람도 많아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에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그들이 사회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실패가 끝이 아니며, 성공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사회에 확산돼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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