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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성의 씨네 IN&OUT] ‘뉴 스타 넘버 원’ 팔순의 오빠… 오늘도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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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2 15:03:43 수정 : 2017-10-22 15: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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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스타’ 신성일 / 1960년 신상옥감독 ‘로맨스빠빠’ 데뷔…‘별들의 고향’ 등 520편 출연한 전설 / 밑바닥 인생 피흘리는 청춘 아이콘서 자기모순적 중년 인텔리로 영역 넓혀 / 폐암 3기서 일상복귀 제2의 삶 준비… 2018년 따뜻한 영화‘행복’제작 계획

“프랑스에 알랭 들롱, 미국에 그레고리 펙, 이탈리아에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일본에 미후네 도시로가 있다면 우리에겐 배우 신성일이 있다. … 일찍이 이토록 한 사람에게 영화산업과 예술이 전적으로 의존했던 나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없었다. 신성일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국 영화사는 물론 한국 현대 문화사 자체를 파악할 수 없다.”

‘영원한 스타’ 신성일(80)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우리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스타의 전설을 만든 배우 신성일(1937~)을 골랐다. 그는 오랜 세월 조각 같은 얼굴과 미끈하고 날렵한 몸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다.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래 5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렸고 2013년 ‘야관문: 욕망의 꽃’ 등 작품 활동을 지속해 온, 보기 드문 현역 배우다.

'로맨스 빠빠'

'맨발의 청춘'
예명인 신성일(申星一)은 신필름 시절 ‘뉴 스타 넘버 원’이란 영어 뜻을 담아 지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부터다.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은 신드롬이라 할 만한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1962년 5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이듬해 네 배가 넘는 22편, 1965년에는 38편, 그리고 1966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89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1967년에도 그가 주연한 영화 51편이 극장에 내걸렸다.

그는 배우 엄앵란과 결혼한 스타 커플로도 화제를 모았다. 1964년에 신성일·엄앵란 두 배우가 콤비를 이룬 영화만 26편이 만들어졌다. 그해 두 사람은 결혼했고, 이후 신성일의 파트너는 김지미, 윤정희, 문희 등 여러 배우로 바뀌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초우'
'별들의 고향'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위험한 청춘’(1966) ‘불타는 청춘’(1966) ‘초우’(1966) 등 1960년대 중반에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며 피 흘리는 청춘의 얼굴을 연기했다. 당시 그는 좌절의 표정이 압권이던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안개’(김수용·1967) ‘장군의 수염’(이성구·1968) ‘휴일’(이만희·1968) 등 1960년대 후반 모더니즘영화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현대적 인간상을 구현했다. 자기모순적인 중년 지식인의 역할로 입지를 넓혀 나갔다. 주류문화에 포섭될 수 없는 짙은 패배의식과 무기력에 젖은 인텔리의 초상을 그렸다. 이때 신성일은 나른한 표정과 결여된 결단성을 자신의 운명적 캐릭터로 지니게 된다. 이는 1970년대 호스티스물의 대표작 ‘별들의 고향’(이장호·1974) 속 자기모멸적 화가 문호로 이어진다. 삶에 지쳐가는 중년의 피로한 얼굴을 담아냈다.
'길소뜸'
1980년을 전후로 동시녹음이 시작되고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5)에서 우리는 성우가 아닌 신성일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게 된다. 신성일은 분단 전, 길소뜸 출신의 이산가족으로 오래전 사랑했던 여인의 현실적 변화를 서글프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자로 나와 강한 잔상을 남겼다. 

그는 넉달 전 폐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튼튼한 기초체력 덕에 일곱차례에 걸친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일상에 복귀할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팔순의 그가 제2의 삶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는 영화 ‘행복’을 제작할 계획이다. 내후년에는 김홍신의 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스크린에 옮길 생각이다. 경북 영천에 한옥을 지어 사는 신성일은 진입로와 카페, 오픈 스튜디오를 조성해 소규모 음악회를 여는 등 사람들의 쉼터를 구상하고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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