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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저출산 시대’ 선수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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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9 21:21:43 수정 : 2017-10-20 0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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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농구발전포럼이 열렸다. 이날 발표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여자 고교 농구가 처한 상황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호근 숭의여고 감독은 “전국 20개의 여자고교팀 가운데 10개가 넘는 학교의 선수 숫자가 5∼6명에 불과해 한두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소 10명은 돼야 5대5로 공격과 수비 전술 훈련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가능한 학교는 2∼3개뿐인 것이 현실이다”라고도 덧붙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을 끝으로 한국 여자농구가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선수 수급 부족은 비단 여자농구만이 처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일선 학교 엘리트 체육 지도자들의 목소리다. 초등학교에 장신 여학생이 있으면 농구와 배구 관계자들이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처지라고 말한다. 프로가 있어 성공하면 어느 정도 보상받을 기회가 있는 종목도 이런 사정이니 비인기 종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한국 스포츠의 선수 수급 문제가 생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근본을 찾아가면 ‘저출산’이라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 한국 스포츠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된 1980년대와 90년대에 20대가 된 60년대와 70년대에 태어난 신생아는 연간 80만명에서 100만명 수준이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낳은 베이비붐 시대였다. 이 시기 급속한 경제성장과 맞물리면서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된 2000년대 이후 프로스포츠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등 스포츠 산업도 엄청나게 커졌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하지만 출산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2001년 55만명을 끝으로 한국의 연도별 신생아 수는 40만명 대가 됐고, 2016년에는 40만6300여명으로 한국전쟁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30만명 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앞으로는 지금의 예전의 절반 수준의 인구에서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한 소비 주체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프로스포츠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적은 인적 자원을 가지고 여러 스포츠 종목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야구나 축구, 골프 등 해외 진출로 큰 물질적 보상과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특정 종목에 운동선수 자원의 쏠림 현상이 급격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예계나 프로게이머 같은 청소년들의 관심이 많은 다른 분야에 좋은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체육계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지금부터 대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은 커지고 있지만 출산 장려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체육계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귀화 문턱을 낮춰 외국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꼽힌다. 일부 종목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터 부족한 순혈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귀화 선수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전환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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