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수급 부족은 비단 여자농구만이 처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일선 학교 엘리트 체육 지도자들의 목소리다. 초등학교에 장신 여학생이 있으면 농구와 배구 관계자들이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처지라고 말한다. 프로가 있어 성공하면 어느 정도 보상받을 기회가 있는 종목도 이런 사정이니 비인기 종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한국 스포츠의 선수 수급 문제가 생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근본을 찾아가면 ‘저출산’이라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 한국 스포츠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된 1980년대와 90년대에 20대가 된 60년대와 70년대에 태어난 신생아는 연간 80만명에서 100만명 수준이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낳은 베이비붐 시대였다. 이 시기 급속한 경제성장과 맞물리면서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된 2000년대 이후 프로스포츠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등 스포츠 산업도 엄청나게 커졌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
이렇게 적은 인적 자원을 가지고 여러 스포츠 종목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야구나 축구, 골프 등 해외 진출로 큰 물질적 보상과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특정 종목에 운동선수 자원의 쏠림 현상이 급격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예계나 프로게이머 같은 청소년들의 관심이 많은 다른 분야에 좋은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체육계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지금부터 대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은 커지고 있지만 출산 장려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체육계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귀화 문턱을 낮춰 외국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꼽힌다. 일부 종목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터 부족한 순혈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귀화 선수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전환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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