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성공리에 마치면서 핵보유국의 문턱에 서 있는 동안 우리는 무력했다. 국내총생산(GDP)이 북한보다 45배나 크면서도 정작 북한의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의 완성은 이미 3차 핵실험 이후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북한의 기술로는 수소탄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어림없을 것이라고 깔보는 사이, 북한은 자신들의 과학인재와 국가기술을 총동원해 핵과 미사일 기술을 완성시켰다.
국가의 모든 힘을 방위산업에 모아 핵보유국의 문턱에 다다른 북한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위산업은 부패의 온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북핵을 막기 위해 모든 기술과 생산능력을 동원해야 함에도 우리 방위산업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초의 국산헬기인 수리온은 비 새는 헬기라는 오명 속에서 생산과 개발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최강이라던 K2 흑표전차는 파워트레인 국산화에 실패하고 생산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외에도 ‘명품무기’로 불리던 K11 복합소총, K21 장갑차, K9 자주포 등 신무기들이 모두 방산비리의 결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위원·군사학 |
1970년대부터 우리 방위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이뤘다. 대한민국은 전차 한 대도 없이 6·25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짓밟혔고, 1971년까지만 해도 소총 하나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나라가 1978년에는 국산미사일 발사에 성공했고, 전차·장갑차·전투함·전투기 등 주요무기체계를 스스로 생산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남북한 체제경쟁에서 국민을 지켜내고 승리를 보장한 것도 바로 방위산업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만하고 깔보는 사이 북한은 방위산업 능력을 일으켜 북핵을 개발하고 체제 경쟁 시즌2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안보동맹국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사상 최대의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투입된 것은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다. 최소한 이렇게 전략자산이 전개한 시기 동안 북한은 감히 핵과 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미군 전략자산이 돌아가는 순간 북한은 다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도발에 나설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위산업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내지 못한다면 체제 경쟁 시즌2에서는 패배할지도 모른다. 힘없는 자에게 평화란 사치라는 6·25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바로 지금이 자주 국방 강화를 위해 방위산업에 다시 시동을 걸 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위원·군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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