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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더 이상 재수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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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7 21:08:35 수정 : 2017-10-18 00: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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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윤석열 지검장 / ‘국정원 적폐’ 철저하게 수사를 / 그것이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 추락한 검찰 명에 회복하는 길 4년 전 이맘때다. 윤석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감사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출석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막 출범한 박근혜정부에서 ‘눈치 없이’ 국정원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게 ‘화근’이었다. 검사로서 맡은 바 직분에 충실했을 뿐인데…. 결국 상부 승인 없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했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권력의 쓴맛’을 단단히 실감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부당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며 맞서기도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여권은 이를 ‘항명’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고심 끝에 국감장에 섰다. 까칠한 질의가 이어졌다. 선봉에는 여당 의원들이 섰다. 하지만 윤 팀장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압권’이었다. 그는 정 의원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자 “나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말은 ‘윤석열 명언’으로 입에 오르내렸다. 증언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가 된 국정원 직원 구속 절차 등과 관련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막았다”고 실토했다.

순간 국감장은 술렁거렸다. 이어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검찰 내외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그는 나락으로 떨어져 박근혜정부 내내 지방 고검을 전전했다. 미운털이 워낙 깊이 박혀 회복불능 상태였다. 그저 숨만 쉬었을 뿐이다.

댓글 사건 수사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팀장을 잃은 수사팀은 그나마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기소 의견을 내놓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결국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됐다.

기소된 관계자는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직원 2명에 그쳤다. ‘권력의 벽’에 막혀 사건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불법은 묻히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기소된 지 4년여 만인 지난 8월 파기환송심에서 선거개입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초 2심의 징역 3년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문준식 사회부장
검찰의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가 한창이다. 사실상 4년 만에 칼잡이로 돌아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겐 ‘재수사’나 다름없다.

그의 책상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넘긴 사건만도 10건이 넘는다. 수사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성과도 나타난다. 박 정권의 외압에 밀려 묻힐 뻔했던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사찰 등 정권 비호를 위한 불법행위를 보면 이게 국정원인가 싶다. 국민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은 정권에 대한 헌신이었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모두 동원됐고 범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를 청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 간부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팀장으로 활동했던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군 사이버사령부 수사는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의 무게중심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뿐이 아니다. 검찰은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첫 대통령보고 시간을 조작하고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불법 변경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 중이다.

그러나 정권과 함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보수야당은 반성은커녕 되레 ‘정치보복’이라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윤 지검장은 이에 개의치 말고 철저히 수사해 ‘적폐 몸통’을 반드시 밝혀내기 바란다. 기울어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나아가 박근혜정부 초기 검찰의 댓글 수사를 방해한 세력도 수사해 단죄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추락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자신이 평소 “검사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지 말고 사건만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사람이 아닌 오직 사건만을 보고 수사하기 바란다. 더 이상 재수사는 없다.

문준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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